흥국생명 5억달러 조기상환 불발에…채권시장 불안 ‘일파만파’

이재연 2022. 11. 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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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들의 외화자금 조달에 '노란불'이 켜졌다.

흥국생명보험이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했던 채권을 조기상환하는 데 실패하면서 불안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흥국생명은 "전 세계와 한국의 금융시장 여건이 극심히 불안해졌으며, 갑작스러운 금리 변화도 있었다"며 "조기상환은 실현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조기상환을 위해 차환발행을 시도했으나 얼어붙은 채권시장의 벽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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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 심리 찬바람 불 가능성도 커져
AP 연합뉴스

국내 보험사들의 외화자금 조달에 ‘노란불’이 켜졌다. 흥국생명보험이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했던 채권을 조기상환하는 데 실패하면서 불안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 전반에 대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유동성이 메마르자 정부는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 확대를 타진해왔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2일 싱가포르거래소 공시 현황을 보면, 흥국생명보험은 오는 9일 예정돼 있던 신종자본증권 5억달러어치의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을 연기한다고 1일(현지시각) 밝혔다. 흥국생명은 “전 세계와 한국의 금융시장 여건이 극심히 불안해졌으며, 갑작스러운 금리 변화도 있었다”며 “조기상환은 실현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외화채권 조기상환에 실패한 사례는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처음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으로, 주로 금융기관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해왔다. 만기(30년)가 돌아오면 자동적으로 연장되지만, 5년마다 새로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을 조기상환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질적 만기를 5년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조기상환이 의무는 아니지만, 투자자와의 신뢰관계를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조기상환을 하는 게 유리하다. 조기상환하지 않을 경우 발행기업이 정기적으로 채권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쿠폰 금리’가 더 높아진다는 문제도 있다. 이번에 흥국생명은 금리가 연 4.475%에서 6.7%대로 뛰게 됐다.

흥국생명의 조기상환 실패를 시장에서 위기신호로 받아들인 이유다. 이는 투자자와의 신뢰관계 악화와 쿠폰 금리 상승을 감수할 만큼 조기상환이 어려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앞서 흥국생명은 조기상환을 위해 차환발행을 시도했으나 얼어붙은 채권시장의 벽에 부딪혔다. 지난 9월 회사는 3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계획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차환발행 없이 상환할 경우 그만큼 자기자본이 줄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여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일단 내년 조기상환이 예정된 국내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생명과 케이디비(KDB)생명보험은 내년 각각 10억달러, 2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앞두고 있다.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의 호가는 이날 한때 발행 당시 액면가의 7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서둘러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당국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한 일정·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며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적인 소통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국 채권 전반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미 미국발 통화긴축의 여파로 최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마저 흔들리고 있는 데다가, 한국에서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왔다. 이번 흥국생명 사태로 한국 기업들을 향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더욱 싸늘해질 가능성도 낮지 않다. 최근 정부가 국내 자금시장 경색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외화채권 발행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 셈이다.

이날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내고 “(우리은행 사태 당시) 한국 채권에 대한 해외 투자 심리가 저하된 바 있다”며 “차환 목적으로 신규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 회사들의 경우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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