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밥 한끼 먹여야지”...이태원 참사 현장에 제사상 차린 상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한 상인이 사망자들을 추모하며 제사상을 차렸다. 이 길을 지나던 경찰도, 시민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일 MBC ‘PD수첩’은 ‘긴급 취재 이태원 참사’편을 보도했다. 이날 방송 말미에는 경찰이 봉쇄하고 있는 참사 현장 골목에서 오랜 시간 장사를 해온 상인이 등장했다.
이 상인은 가게에서 초 2개와 국과 밥, 과일 배·감 등을 담은 쟁반을 들고 나와 골목 한가운데 돗자리를 폈다. 참사 현장은 정돈되지 못한 모습으로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돗자리에 자신이 차려온 제사상을 올린 그는 신발을 벗고 절을 올린 뒤 한참 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흐느끼듯 어깨를 들썩였다.
골목을 통제 중인 경찰은 상인의 이러한 행동을 제지했다. 그러자 상인은 “이러시면 안 된다. 이거는 좀 봐달라”며 “여기는 현장이다, 현장. 현장이니까 애들에게 밥 한 끼 먹여야 될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다른 경찰관들도 나서 그가 차린 제사상을 치우려고 하자 상인은 “그러지 마세요. 저기(제사상)는 놔둬요. 손도 대지 마라”며 울부짖었다.
실랑이 끝에 결국 경찰도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은 자리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우는 상인의 어깨를 다독이고 위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골목에는 상인의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 역시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당신(상인)이 대한민국을 울린다. 감사하다”는 반응을 남겼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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