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응 미흡?..인력 턱없이 부족했다"…'꼬리 자르기' 비판

하수민 기자 2022. 11. 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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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동안 신고만 79건...2인1조 시스템에서 당시 인력으로 모든 상황처리 불가능"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태원 압사 참사'가 벌어지기 약 4시간 전부터 경찰은 "압사당할 것 같다" "사고가 발생할 것 같다" 등 11건의 긴급 신고를 받고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사고 당일 출동한 일선 경찰들은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인파를 통제할 경력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축제 당일 1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이 예측됐음에도 윗선에서 내려온 예방책이 없었던 것이 문제인데 당시 근무했던 용산서, 지구대 파출소 등 지역 경찰관들의 미흡한 대응으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경찰 내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날(1일)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참사 당일 112 신고 내역 및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약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참사 장소인 '해밀톤 호텔 부근 이마트24 편의점' 앞에서 한 시민은 112에 "골목이 지금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 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들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며 "인파가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신고했다. 신고는 이후에도 10차례 이어졌다.

원칙적으로 112신고가 들어오면 시도청 상황실에서 접수하고 관할 경찰서 상황실에 신고를 전자 시스템으로 하달한다. 사고 당일에도 서울청 112 상황실에서 신고를 접수하고 지역 관할인 용산서에 해당 신고가 하달됐다. 용산서는 신고내용을 각 지구대 파출소에 전달해 현장 경찰관을 출동시켰다.

경찰이 공개한 112 신고 종결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11건 신고 중 첫번째 신고에 현장 출동해 '강력 해산 조치'를 했다. 2, 5, 6번째 신고에는 현장에 출동해 시민들을 통제했다고 기입돼있다. 나머지 7건에 대해서는 전화 안내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일 근무에 나섰던 송병주 용산서 112 상황실장은 시민의 신고에도 현장에 경찰관이 출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두 세건의 신고를 동시에 갖고 있으니까 한 사건 먼저 해결하고 그다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신고자에 다시 전화해보면 '다른 데 이동해서 괜찮습니다'라고 답변한다"며 "그런 식으로 상황이 흘러가면 경찰관들이 나가고 있었지만 현장 출동이 아닌 게 돼버린다. 현장 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그런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6~10시까지 79건의 신고가 들어왔다"며 "경찰은 원칙적으로 2인 1조로 출동하는데 1~5분 만에 상황을 모두 처리할 수 없었고 인파도 너무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일 이태원에 동원된 경력은 총 137명으로 지역 경찰(지구대·파출소)이 32명, 수사 50명, 교통 26명 등이다. 이 중 117명은 용산서 또는 용산서 관할 지구대·파출소 소속 경찰들이었고, 20명은 교통기동대에서 지원하러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경찰관들도 당시 이태원파출소와 용산서 인력만으로 인파를 해산하거나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했다.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이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발언을 두고는 경찰 일선에 책임을 돌리는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다수 제기됐다.

이태원파출소 소속 A 경찰관은 전날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동료들이 감찰 조사를 받는 중"이라며 "당시 근무 중이던 20여명의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해서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112신고 대응이 미흡했다''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그냥 '감찰 후 문제가 있으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 이런 발언만 할 수 없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과 몇 달 전 취임사에서 '일선 경찰관은 슈퍼맨이 아니다. 경찰 만능주의를 극복하겠다'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느냐"고 지적했다

일선서 경비과 소속 B 경위도 "꼬리 자르기라는 해석에 일선 직원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요즘 기동대를 비롯한 경비 운용 기조가 소위 인간 방패 전략이라 경찰관을 인해전술로 배치하는데 그날 용산뿐만 아니라 도심권에 집회가 많아서 다른 지역 기동대들 지원받아가면서 집회 경비를 했다. 이태원 핼러윈 혼잡 대비 경력 지원 요청은 집회 관리 때문에 거절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청 소속 C 경위는 "안전관리를 경찰이 잘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서울시나 용산구청에서도 같이 챙겼어야 맞다"며 "어차피 유관기관들 다 감사 이루어질 건데. 경찰청장이 먼저 나서서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공표한 건 경비 인력 운용에 무능했던 윗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위험 신호가 있었지만, 경찰의 현장 대응이 부실했던 이유로 지휘부의 인력 운용 문제를 짚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지휘부가 안일했다"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경비인력 더 필요하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필요한 만큼의 경비인력을 파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지 못했으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노력도 부족했다고 본다"며 "경비인력이 제대로 파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확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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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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