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녹취록에 '책임추궁' 돌아선 與…애도기간 '일단 자제'(종합)
"녹취록에 국민 분노, 책임 물어야"…선수습에 무게
(서울=뉴스1) 한상희 이균진 노선웅 기자 = 이태원 참사 당일 압사 사고를 우려하는 112 신고를 수차례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경찰청 녹취록이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관련자 '책임 추궁'을 예고하며 자세를 낮췄다. 다만 책임 추궁은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된 이후 대책 마련과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이 전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약 4시간여 전부터 압사 사고를 우려하는 112 신고 전화가 총 11차례 접수됐지만, 경찰은 4차례만 현장 출동했고, 나머지 신고는 '미출동 종결처리'했다. 미흡한 대응에 대한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사 이후 말을 아끼던 국민의힘도 녹취록이 공개되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경찰의 현장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기동대 병력 충원 등 충분한 현장 조치를 왜 취하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그리고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즉시 당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더불어민주당에 여·야·정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태원사고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을 제안할 계획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어제 녹취록을 듣고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며 "무려 4시간 전에 신고를 받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11차례 신고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태원 사고 발생 이전부터 상황의 위중함을 알리는 시민들의 경고가 계속됐음에도, 당시 112 신고를 처리했던 현장 대응에 미흡함이 보여 더욱 참담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선 사고의 원인과 초동 대처 미흡부터 조사하겠다"며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조치가 따를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방법적인 측면에서 '선수습-후대책' 또는 '선수습-후책임'이라는 기존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안 안팎에서 주장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은 현재 상황에서는 부적절하다는 판단도 깔렸다.
여권 일각에선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청장을 즉시 경질하고 이 장관은 사고 수습 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윤 청장을 향해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조금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본인 스스로도 미흡했다고 인정했다"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정책 참고자료'로 위장된 정치 문건을 만든 사실이다. 사실상 사찰로 볼 수도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출동 이후에 제대로 대처했는지 이것도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해야 된다. 따져봐야 될 부분이 많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번 문제는 비단 장관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사고 수습 이후에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문건 작성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경찰청이 진보·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다수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계획 등 정보를 수집해 내부 문건으로 정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어제 경찰청장이 이번 참사에 대해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이 있었다고 발표했다"며 "그런데 경찰이 사고 수습보다 정치적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는 점은 누가 보더라도 적절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상황에 대한 사후적인 대응의 면피, 책임 회피를 위한 정보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자료"라며 "정말 참담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두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이태원 참사 외신기자회견에서 웃고 농담을 했다"며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참사로 희생당한 영혼들을 욕보이고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저런 사람이 총리라니…이 나라가 똑바로 갈 수 있겠나"면서 "윗사람일수록 책임의 무게는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이 장관에 대해서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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