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 ‘이상민·윤희근 경질 불가피’···윤 대통령 결단만 남았다
여당 내에선 경질 필요성 공감대
야당, 이상민·윤희근 파면 요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는 경찰청 녹취록 공개를 기점으로 여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외견상 ‘선 수습·조사, 후 문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공개 발언에서 책임자 문책을 약속했다. 여당 내부에선 민심 진정을 위해 두 사람을 경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문책의 시기와 범위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는 말도 나온다. 야당은 녹취록 공개를 계기로 전면 공세 모드로 전환해 이 장관과 윤 청장 파면과 윤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여권 지도부는 2일 그간 책임자 문책 주장을 ‘정치 공세’로 일축하던 것에서 태도를 바꿔 공개적으로 책임론을 언급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왜 충분한 현장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책임자 문책은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거기 근거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모 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원인 조사와 상응하는 책임추궁, 그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이날 정부종합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했다. 책임론을 언급하되 추모→철저한 조사→책임자 문책의 단계를 밟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여당 내엔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 장관과 윤 청장 거취 표명이 불가피하고 그 시기가 늦어선 안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 한 친윤석열계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이 장관과 윤 청장이 먼저 사퇴 의사를 밝히고 수습에 나서야 했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의 결단이 남았다는 분석과 함께 결단 시기로는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직후가 많이 거론된다. 전날 외신 기자회견에서 농담으로 물의를 빚은 한 총리까지 경질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윗선이 책임져야 하는 걸 알고 있다”며 “용산(대통령실)이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책은 한 번에, 민심 요구보다 더 나아간 수준으로 해야 진정된다”며 한 총리와 대통령실 인사가 포함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장관과 윤 청장 거취에 대한 공개 주장도 늘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청장을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적었다.
야당은 녹취록을 근거로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 규정하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 전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처를 꼼꼼히 살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법적, 행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즉각 파면하고, 사법조치 해야 한다”고 했고, 장경태 최고위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표단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최고 수장으로서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번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제도 보완을 위해서는 국정조사가 불가피한 사안이라 본다”며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면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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