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화이트칼라 손잡고 EU기금 70억원 빼돌려

강진욱 2022. 11. 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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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마피아가 유럽연합(EU) 농업 기금 500만 유로(약 70억 원)를 빼돌리는 수준으로 진화했다고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시실리 법원은 마피아 조직과 조력자 등 91명에게 사기, 문서 위조, 공갈, 유령회사 설립, 마약 밀매 등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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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장(왼쪽)과 전 이탈리아 총리(2021.5.21,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이탈리아 마피아가 유럽연합(EU) 농업 기금 500만 유로(약 70억 원)를 빼돌리는 수준으로 진화했다고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시실리 법원은 마피아 조직과 조력자 등 91명에게 사기, 문서 위조, 공갈, 유령회사 설립, 마약 밀매 등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이 받은 징역형은 총 660년에 달한다. 이중 두목 2명에는 각각 30년과 23년 형이 선고됐다.

1년 6개월에 걸친 재판에서는 이들 마피아가 이른바 '화이트칼라'와 손잡고 EU 농업 개발 기금을 빼돌린 수법이 속속 드러났다.

이탈리아 검찰은 폴리티코에 "마피아가 사람들을 협박하고 마약을 파는 조직에서 탈피해 더 복잡한 형태의 수익 구조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마피아 조력자는 회계사와 정치인, 공무원 등이었다.

검찰은 2020년까지 4년에 걸친 조사를 마무리하고 약 1천명의 경찰을 동원해 마피아 조직원 수십 명의 집을 수색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사건으로 EU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탈리아 경제 회복을 위해 제공하기로 한 1억9천150만 유로(약 2천685억 원)의 집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방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주고 EU 기금이 아직 지원되지 않은 땅을 찾아내는 수법을 썼으며, 땅 소유주들을 협박하거나 가짜 임대차 계약서를 동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때로 교회 소유 부지, 미 해군 통신망 구축 부지 등 농지가 아닌 곳의 문서를 위조해 EU 기금을 받아냈다.

이들의 사기 행각은 2012년 현지 국립공원 책임자가 관할지 EU 기금 내역을 조사하다가 수면 위로 드러나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졌다.

이 책임자는 2016년 암살당할 뻔한 적도 있다.

지금도 24시간 무장 경호원들의 보호 아래 생활하고 있는 그는 이날 법정에 나와 재판장의 판결문 낭독을 경청했다.

그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은 폭력 조직 손에 넘어간 탓에 '망자들의 땅'으로 불렸다"며 "이들은 EU 기금을 갈취해 땅을 분할하고 농민들을 겁박해 아무도 이들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게 내려진 600여 년의 형량은 강력한 신호"면서 "이제 이곳에 자유가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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