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I·클라우드 조직 합친다 … B2B 사업 승부수
클라우드와 통합 의견 수렴
미래기술 시너지 상승 기대
검색 등 B2C서 B2B로 고도화
"3년내 亞 클라우드 1등 도전"
네이버가 사내 흩어진 기업 간 거래(B2B) 조직을 융합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일변도의 사업 모델을 B2B로 다각화하고 이를 통해 해외 사업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혼재된 B2B 사업군과 인력을 하나로 묶어 전진배치하는 조직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네이버의 AI 연구개발(R&D)을 맡고 있는 사내독립기업(CIC) 클로바는 3일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네이버클라우드와 클로바를 융합하는 조직개편의 방향성과 회사의 B2B 사업 비전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클로바는 직원이 700명에 달하는 대형 CIC인 만큼 조직개편에 앞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밟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업계 일각에서는 클로바 CIC가 외부 투자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여러 B2B 사업 간 시너지 효과와 해외 사업 전략 등을 감안했을 때 네이버클라우드와 융합하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전언이다. 클로바에서 초거대 AI 등 핵심 R&D를 담당해온 일부 인력은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네이버의 사업 모델을 살펴보면 주로 개인 소비자의 검색 서비스와 상품 주문에서 수익을 내는 B2C 기업에 가깝다. 엔데믹 속에서 비대면 활동이 줄면서 커머스, 콘텐츠 등 B2C 사업은 성장세가 꺾이고 있지만, B2B 시장은 디지털 전환에 나서는 기업이 늘면서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그러했듯 B2B 회사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네이버의 해외 진출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게 네이버 경영진의 판단"이라면서 "AI, 로봇 등 미래 기술은 시작부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에 조직개편을 통해 이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클로바뿐 아니라 브라우저(웨일), 협업 툴(웍스모바일), 번역(파파고) 등 B2B 사업을 담당해온 조직을 네이버클라우드로 흡수·통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 디지털 트윈, 디지털 헬스, 로봇 등 네이버의 미래 기술을 융합하고 이를 클라우드에 얹어 사업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가령 네이버가 내년까지 상용화 계획을 밝힌 '아크(ARC)'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신사옥 1784의 핵심 기술인 아크는 인공지능(AI), 로봇(Robot), 클라우드(Cloud)의 줄임말로 네이버의 클라우드 로봇 시스템을 말한다. 본체에 내장된 기기가 아니라 AI·클라우드가 실시간으로 연결돼 로봇들의 두뇌 역할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네이버의 스마트빌딩 사업에 관심을 보인 이유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아크 기술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 '온라인 사업'과의 접점은 네이버클라우드의 또 다른 무기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전자상거래(간편결제, 라이브 방송 등)와 콘텐츠 등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면서 클라우드 관련 기술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운영하고, 구글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처럼 온라인 서비스를 잘하는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 전사 차원의 서비스 융합을 통해 해외 클라우드 경쟁사들이 깊게 다루지 못한 영역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클로바 AI 솔루션, 금융·핀테크, 협업 도구·기업정보시스템, 게임, 교육, 커머스, 의료 등 모든 산업군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특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 플랫폼 서비스를 위해 만든 AI, 클라우드 등 기술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시장에서 해외 빅테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게 네이버의 판단이다. 네이버는 3년 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1위 업체로 등극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2014년부터 네이버클라우드를 이끈 박원기 공동대표는 내년부터 네이버클라우드 아태지역 사업총괄을 맡아 이를 주도할 예정이다.
네이버 내에서 B2B 전문가로 통하는 박 대표는 회사 수뇌부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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