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빌런 <9> “대학가면 꼭 있습니다” 팀플 빌런들
[김채호 PD]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특별한 날이 있습니다. 바로 2023학년도 대학 수학능력 시험 수능입니다.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해 가장 많이 마주치는 것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어쩌다 빌런의 주제는 대학 생활에서 팀킬 하는 이들입니다. 오늘도 도움 주실 선생님 모셨습니다.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민경입니다. 반갑습니다.
[김채호 PD] 중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이제 대학 생활에서는 팀 단위의 수업이 많은데요. 선생님이 생각하실 때 팀킬 하는 사람 이들의 특징이 있을까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팀킬이라는 말이 말 그대로 ‘같은 편을 공격한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통 팀이라고 하면 비슷한 목적이나 혹은 역량을 가지고 한 그룹으로 모여서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이제 뭔가를 해내게 되는데 여기서 특정한 팀원이 자기보다 더 나은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을 보일 때 자신 스스로 자책하고 스스로가 조금 잘 못 이룰 바에야 차라리 “그냥 팀킬을 하는 게 낫겠다” 이렇게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저는 이것이 어쩌면 인간이 평소 이렇게 나약한 모습의 한 이면에서 나오는 방어적인 행동일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개개인의 특징이라기보다는 그 팀이나 혹은 조직의 분위기 또는 질서 그리고 뭐 조장이나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서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개인적으로 뛰어나고 공감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팀에 들어가면 비슷하게 행동을 하게 될 수 있거든요. 저는 이것이 어쩌면 인간의 손실에 예민한 기본적인 본능이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다섯 명 이상 팀으로 해야 하는 수업이 있다고 가정을 할 때요 가장 이상적으로는 이십 프로씩 기여를 해서 백 프로 이상을 만들어서 최대한 효율을 높이는 거거든요. 근데 처음부터 팀의 분위기가 좀 서먹하다든지 혹은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내가 기여한 만큼 상대가 기여할 가능성이 확신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럴 때는 내가 남들보다 훨씬 많이 기여하게 되면 좀 억울한 마음이 들고 손해를 보는 것 같고 그럴 바에야 내가 좀 빠지고 싶다. 팀킬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 수 있다는 거죠.
저는 이 심리가 유명한 심리 실험인데 ‘최후통첩게임’과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게임에서도 사실은 한 푼도 못 받을 바에야 10달러라도 받는 게 더 좋은데 남이 나보다 더 이득을 보는 건 왠지 배가 아프고 싫은 거죠. 그래서 한국에서 한 어떤 연구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심리가 더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더라고요.
[김채호 PD] 팀플을 하다 보면 인류애가 사라진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팀플의 좋은 점이 뭘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팀플을 하는 게 일의 효율이나 공동체 의식 혹은 인간관계에서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사실 대학의 팀 수업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고요 사회 진출해서 우리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되죠. ‘나는 누군가 협업이 싫다’ ‘1인 사업을 하겠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사업이라는 것은 고객이 있어야 되고 사업에 필요한 또 각종 인프라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누군가와 협력하는 연습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서로 위하고 돕는 행위 자체가 인간관계 향상과 더 나아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 의식 함량에 굉장히 시너지를 낳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결국 팀플레이 협업 이렇게 하는 것이 굉장히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서로 경쟁하는 대신에 서로에게 협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것을 그냥 막연하게 선의에 기대하게 되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내가 좀 솔선수범하는 경우 혹은 이제 우리가 기업들에서도 보면 굉장히 많이 기부를 하고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이제 흔히 이제 심리학적으로 효율적 이타주의라고 부르기도 해요.
그러니까 결국은 내가 조금 더 나서서 하고 남을 배려하고 이렇게 하다 보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내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리더가 될 수도 있고요. 혹은 내가 좋은 팀원들을 꾸리는데 결국은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내가 마냥 누군가를 위해서 좀 나서서 하는 일이 손해라고 생각을 하기보다는 이것을 효율적인 이타주의의 개념으로 접근을 하면 조금 더 나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채호 PD] (팀은)뭔가 나와 좀 맞는 그런 부분들이 많아야 될 것 같고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나와 케미도 맞아야겠고 남을 가급적이면 잘 배려해 주고 공감력이 좋은 사람들과 팀을 이루면 좋겠죠. 근데 반대로 그들도 나를 평가할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나의 평판도 중요한 거예요. 내가 늘 이해타산 적으로만 행동하고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하나도 손해를 안 보려고 한다면 나의 평판이 사실 썩 좋지 않게 이렇게 형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들이 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지겠죠. 그렇기 때문에 효율적 이타주의라는 맥락 아래서 나도 때로는 좀 솔선수범하고 남을 배려하고 그럴 필요가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훨씬 팀플레이를 잘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생각] 대학 과제 팀킬유형
[시민1] 혼자 다하는 독불장군
[시민2] 아무것도 안하는 무임승차
[시민3] 참여는 안하는 좋아요 빌런
[김채호 PD] 팀킬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을 다닐 때 혼자 다 하는 독불장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사실 좀 답답해서 제가 혼자 다 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이거 다 해도 할 수 있으면 하면 좋지 않습니까?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피디님 그러셨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시지 말도록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저도 사실은 약간 그런 경향이 있었는데요. 그게 어느 선까지는 사실 가능한데 그게 내가 조금 지위가 좀 올라가거나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혼자서 다 하지 못하는 순간이 반드시 생깁니다. 게다가 내가 그거를 다 하다 보면 번아웃도 빨리 오게 되고 기분 좋게 하기 사실 힘들거든요. 내가 이렇게 다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조금 이렇게 툭툭거리거나 마치 내가 굉장히 대단한 걸 하고 있다고 은근히 사람들이 얘기를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게 또 그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냐면 제가 이렇게 독불장군처럼 다 하는 사람이 있는 팀원인데 위축이 돼서 그분을 잘 역할을 못하시는 거예요.
그런 분을 상담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분 입장에서는 저 사람이 너무 유능해 보이고 다 해버리고 나에게도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렇게 느끼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팀워크를 잘 가져가기 위해서는 내가 설사 좀 답답하고 저 사람이 좀 천천히 하는 것보다 내가 다 해버리는 게 훨씬 일의 효율적으로는 더 좋은 방법이라 하더라도 조금 업무 분장을 하고 그 사람이 할 때 내가 좀 같이 격려해 주고 같이 조금 해나가는 그런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나도 좀 편하고 다른 사람들 다 같이 좀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김채호 PD] 팀킬에 대한 한 줄 정의를 내려주신다면 어떨까요.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팀킬이라는 행동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결국은 부메랑에 대해서 나에게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에 조금 명심을 하시고 결국은 팀플레이를 잘 하는 연습이 효율적 이타주의라는 맥락에 기반해서 나에게 도움이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해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