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상에 상승 폭 커진 10월 물가···금리인상 압박하는 더딘 둔화세
최근 둔화세가 지속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증가했다. 지난달 공공요금이 인상된 영향이다. 정부는 물가 흐름 자체는 이미 정점이 지났다며, 향후 상승률 둔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둔화 속도가 더딘 탓에 고물가 상황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달 금리 인상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연이은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달 만에 다시 오른 물가상승률···“공공요금 영향 일시적 증가”
통계청 2일 발표한 10월 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5.7%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5.6%)에 비해 소폭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6.3%를 기록한 이후 9월까지 2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3개월 만에 다시 상승률이 커진 것이다.
이는 지난달 공공요금 인상 조치에 따른 일시적 상승으로 분석된다. 그 외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석유류 등 공업제품이나 농축수산물의 가격은 상승률이 계속 둔화됐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3.1% 상승했다. 전월(14.6%)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오른 수치다. 지난달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h)당 7.4원 올렸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주택·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 (MJ·가스사용 열량 단위)당 2.7원 올렸다.
전체 물가 상승률에서 공공요금 상승분을 제외하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4.9%까지 낮아졌는데, 9월(5.1%)보다 0.2%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공업제품 가격은 같은 기간 6.3% 올라 전월(6.7%)에 비해 상승률은 0.4%포인트 낮아졌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새 5.2% 상승하면서 전월(6.2%)에 비해 상승률이 1%포인트 하락했다.
물가 정점 찍었다지만 더딘 둔화세는 부담···이달 빅스텝 압박하나
정부는 이미 물가 정점은 지났다고 보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상승률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한 점도 기저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요금 상승 영향을 감안해 10월에 물가 정점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지만, 지난달 상승률이 5%대에 머무르면서 7월 물가상승률(6.3%) 보다 낮게 집계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나타나는 상황으로 보면 7월이 (물가)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달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지는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가를 제외한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다며 물가 둔화세가 이어지더라도 한동안은 5%대 상승률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시적 충격에 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새 4.8% 오르며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물가 흐름이 계속되면서 통화당국이 받는 빅스텝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까지 두차례 연달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지만 오히려 지난달 물가가 오르면서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둔 한은이 금리인상 속도조절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앞서 일각에서는 통화당국이 소위 ‘레고랜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소비자물가보다는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0.5%포인트 금리 인상은 확실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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