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신발끈 묶어줬는데, 우리 이쁜 아들 어떡해”···통곡의 유실물센터[이태원 핼러윈 참사]
2일 오후 2시10분, 백발의 남성이 끈이 달린 검은색 구두를 보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남성은 눈물을 흘리며 신발에 얼굴을 비비다 양손으로 신발을 꼭 감싸쥐었다. 그러자 옆에 함께 온 여성이 통곡하며 말했다. “우리 OO이 어떡하니. 아이고…. 어떡해 우리 이쁜 아들 어떡해. 내 그날 못 봐줘서. 불쌍해서 어떡해. 아이고 내 새끼.” 부부는 신발을 한 짝씩 집어들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아침에 끈을 묶어서 보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 많은 애들을 어떻게.”
여성은 아들의 옷을 찾기 위해 신발 한 쪽을 안고 비틀거리며 체육관을 돌아다녔다. “스물다섯살밖에 안 됐는데 어떡하면 좋아요. 우리 이쁜 아들 어떡해 옷이 없어. 옷이 안 보여. 옷을 입고 나가는 걸 봤는데.” 20분가량 유품을 찾아 돌아다닌 여성은 체육관 밖으로 나가려다 이내 뒤돌아서 무릎을 꿇었다. “모두 내 아들 딸들 같은데 좋은 세상으로 가세요. 고생 많았습니다. 대통령 아들이 전화했으면 바로 갔겠지. (경찰) 너희들이 잘못한거야. 이태원에 간 애들이 잘못이 아니라고. 빨리 갔어어야지. 나쁜 사람들. 그래놓고 밥이 넘어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의 유품이 보관된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실내체육관은 이날도 통곡과 신음 소리로 가득찼다. 발인을 마치고 온 유족들이 이곳에 와 고인의 유품을 마주한 것이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한 남성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있는 사진과 실물을 대조해가며 유품을 찾았다. 그는 옆에 있던 아내에게 검은색 핸드백을 가리키며 “이거야?”라고 물어봤다. 핸드백을 본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이어 하얀색 무선 이어폰을 발견한 남성은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와 이어폰이 연결되는 것을 확인 한 뒤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이어폰과 운동화 등을 하얀색 상자에 넣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른 유품을 찾기 위해 체육관을 돌아다녔다.
비슷한 시각 20대로 보이는 여성은 갈색 핸드백을 발견하더니 “엄마”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 소리에 달려온 다른 여성도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핸드백을 품에 꼭 안고 놓지 못했다. 뒤이어 온 남성도 안경을 벗고 훌쩍였다. 여성들은 검은색 롱부츠도 발견하고 “엄마 신발 찾았어”라고 외쳤다. 일가족은 부츠를 보고 모두 주저 앉았다. 그리고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지금까지 원효로 다목적실내체육관 유실물센터에 들어온 물품은 가방 126점, 의류 265벌, 신발372켤레, 기타 243개 등 총 1006점이다. 이 중 오후 4시 기준 96명의 생존자와 유족이 122점의 물건을 찾아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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