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처음' 흥국생명 콜옵션 미실시…한국물 시장 경색 어쩌나

홍재영 기자 2022. 11. 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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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 시장 경색으로 정부가 '50조원+α(알파)'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 놓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채권 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10월31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 2017년에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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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 시장 경색으로 정부가 '50조원+α(알파)'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 놓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채권 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흥국생명이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을 미실시하면서 시장에는 긴장감이 돈다. 신종자본증권 시장의 특성상 당장 지표에 반영돼 위험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향후 한국물(KP) 시장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10월31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 2017년에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콜옵션 행사 기일은 11월9일이었다. 콜옵션 미행사는 채권 시장 상황의 악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을 위한 외화를 조달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이다.

이번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가 신용 시장 경색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는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의 달러화 후순위채 콜옵션 미행사 이후 1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그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미행사에 따른 법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에선 콜옵션 행사가 13년 전 한 번을 제외하고 관행으로 이어져 온 만큼 자금 운용 계획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윤원태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콜옵션 미행사가 부도를 뜻하거나 법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조기 상환을 당연히 여기고 있던 투자자들에게는 자금 스케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얼어붙을 시장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흥국생명이 자금 조달에 실패해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에게는 '보험사도 조달에 실패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그간 어김없이 콜옵션이 진행됐는데, 콜은 돌아오지 않고 30년 만기로만 채권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들면 투자자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투자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채권 담당 임원은 한국물 시장의 투자심리 악화를 우려하며 "해외 발행 시장에서 가장 우량한 등급이 아닌 중 우량 정도의 크레디트 기업들이 나설 때 확실히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가 콜옵션 기한이 도래해도 만기 상환을 못 받을 수 있겠다는 의구심이 들면 그 리스크에 대한 비용을 지급받기 위해 굉장히 높은 가산 스프레드를 요구받을 수 있고, 이를 높이더라도 입찰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우려를 인지한 정부는 당장 시장 안정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관련 일정, 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관리 범위 내에 있다며 투자 심리 안정을 위한 구두 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흥국생명은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영향과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며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는 않는 상황이고 기관투자자들과 지속 소통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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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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