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고 미국은 자이언트 스텝...한국은행의 선택은?
[파이낸셜뉴스]물가가 급등하고 미국도 한번에 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진화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기조를 유지하는 0.50%p 빅스텝을 밟을지, 아니면 다시 0.25%p 베이비스텝으로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경기 연착륙을 시도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두명의 위원들이 0.25%p 금리를 인상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하며 경기둔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단 과거 이창용 한은 총재가 물가 상승률이 5% 이상이면 통화정책을 성장보다 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발언했던 만큼 빅스텝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이는 전달인 9월 5.6%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다. 앞서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6.0%, 7월 6.3%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은 뒤 8월 5.7%, 9월 5.6%로 둔화했지만 이날 다시 석 달 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에 물가가 10월 정점을 지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이 다소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물가 정점에도 변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물가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내년 1·4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부총재는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국내외 경기하방압력 증대 등에 따른 하방리스크와 고환율 지속,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에 따른 상방리스크가 혼재해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수요측 물가압력을 반영하는 개인서비스물가는 당분간 6%대의 오름세를 이어간다는 전망이다. 5%를 크게 웃도는 물가는 한국은행 입장에서 보면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번에 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이어가면 한은의 선택지가 더욱 좁아진다. 일단은 빅스텝이 우세하다는 관측이지만 미국 FOMC에서의 발언이 관건이다. 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어떤 방식으로 언급될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미 금리 차이 역시 한은의 금리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한미 간 금리차는 확대될 수 있고, 이럴 경우 국내 자본시장에는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도이체방크, UBS, 크레딧스위스, 노무라증권은 12월에도 금리인상폭이 0.75%p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에버코어는 12월 금리인상폭을 0.5%p로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 측은 "다수의 전문가들은 연준의 통화긴축 강화가 심각한 경기침체를 의미한다고 경고하고 수요증가를 낮추기 위해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둔화가 어느 수준까지 용인되어야 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관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 가능성이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서 1일 공개된 10월 12일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은 물가상승을 우려하면서도 경기둔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날 주상영 금통위원과 신성환 금통위원은 0.25%p 금리를 인상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하며 경기둔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이달 금통위에서는 빅스텝을 이어가더라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소수의견이 확대될 가능성이 나온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해 총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6명 위원의 의견이 반반씩 나뉠 경우 이 총재가 의견을 피력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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