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사과 ‘정부 책임론’ 엇나간 한덕수 총리···농담 발언은 사과[이태원 핼러윈 참사]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 진단과 사과 문제와 관련해 정부 내 움직임과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 대응 논란에 거리를 뒀던 한 총리는 참사 발생 전 다수의 경찰 신고가 접수된 사실이 드러나자 2일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전날 오후 3시부터 2시간20분 동안 진행된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참사 발생 원인으로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 제도 미비를 거듭 지목했다. 외신 기자들이 정부 책임 문제를 집중 질의하자 한 총리는 “주최자 없는 자발적 행사는 선제적 안전관리가 쉽지 않다”며 “주최 측이 없으면 경찰은 (군중 관리)통제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없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당부한 내용과 다소 결이 달라 보인다. 윤 대통령은 “행사 주최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며 “구체적 위험을 인지한 이후 통제를 시작하면 늦는다”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권한·책임을 구분하지 말고 사전에 협업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강조했다.
참사 발생·대응에 관련한 한 총리의 명시적 사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심심한 사과” “죄송” “깊은 사과” “매우 송구” 표현을 써가며 일제히 사과했다.
한 총리는 전날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조사 결과에 따라 공식 사과하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진솔한 사과를 건의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안전 정책 주무부서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 총리가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밝힌 부분은 정부 내 책임 회피성 발언과 관련한 “소통 오류”였다. 국민 안전에 대한 정부의 무한 책임과 사전 대응 미흡은 인정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정부 일각에서 상황의 엄중함을 알고 정부 책임론으로 다가가고 있었는데 한 총리가 이런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해 발걸음이 꼬인 것”이라며 “국민 정서와는 괴리된 한 총리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총리 발언을 쭉 보면 주최자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며 무한 책임을 다 인정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 발언과) 결이 다른 얘기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참사 사과 문제에 대해선 “한 총리가 전날 외신브리핑에서 말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말장난식 농담을 해 빈축을 산 데 대해 이날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렸다”고 총리실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했다. 총리실은 “동시통역기 볼륨이 낮아 외국인 기자들이 통역 내용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곤란해하자 한 총리가 기술적인 문제로 회견이 지체되는 점에 양해를 구하는 취지에서 해당 발언을 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경악할 만한 장면을 봤다.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될 총리께서 외신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농담을 했다. 농담할 자리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전날까지 “수사 결과를 기다려달라”며 거리를 뒀던 경찰 대응 책임 문제를 지적했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경찰에 11건 접수된 사실이 전날 공개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경찰은 특별수사본부와 감찰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들께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해달라”며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고 112 대응 체계 혁신을 위한 종합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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