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 최고신용등급 채권만 지원하는 정부…“지금 급한 것 A2 이하 신용등급 중소 증권사 지원”

장윤서 기자 2022. 11. 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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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서 정부 지원 대상 확대 목소리 나와
서울 여의도 증권 거래소에 설치된 주가지수 전광판 앞에 한 직원이 머리를 감싸고 있다./연합뉴스

레고랜드 발(發) 사태 후폭풍이 국내 중소형사 증권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유동성 경색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지원 조치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자금난을 겪는 증권사에 대한 담보대상 신용등급을 한층 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 조치로 시장이 안정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고, 일제히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일부 국내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여파로 인해 자금난에 봉착하자, 유동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PF 자산유동화증권 차환(신규 증권을 발행해 만기 증권 상환) 발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금리를 대폭 높인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ABSTB) 등을 발행해 자금을 돌려막고 있다. 일부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보유 자산을 팔아치워 현금 확보에 나서거나, 일부 사업부를 접는 등 비상경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정부의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돈맥경화가 심화되자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간담회를 열고 같은 날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표한 시장 안정 조치의 집행 방안을 설명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증권금융(증금)을 통한 중소형 증권사 자금 지원을 시작할 방침이다. 증금은 증권사와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증권 담보대출 등 방식으로 3조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이미 3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증권금융의 RP거래 시 기존 국공채나 통안채, 은행채에 더해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까지 신규 허용하기로 했다. 증권담보대출시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증권 범위도 회사채(AA 이상), 기업어음(CP·A1 신용등급 이상), 예금형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중금채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담보 대상 증권이 최고등급인 A1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연 9%대 금리로 CP를 발행해도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물 금리도 한달새 6%를 육박했다. PF 자산유동화증권 차환 발행 물량의 금리는 연 10%를 넘어섰다. 이러한 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담보 대상 채권 범위를 A2 등급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제 중소형 증권사중 A2 등급인 경우는 6곳에 달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기업어음 기준으로 유진투자증권(A2+), 이베스트투자증권(A2+), 다올투자증권(A2), SK증권(A2+), 한양증권(A2), 부국증권(A2+) 등은 모두 A2 등급으로 책정돼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A1 등급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나 자기자본금이 탄탄한 증권사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금리인상기, 자금경색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어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신용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A2 등급 증권사들이 자금 경색을 겪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50조원 플러스 알파 대책 외에도 추가적인 자금 지원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50조원 대책으로 인해 국채 금리가 소폭 하락하는 등 채권시장이 진정되는 상황이지만 이는 한시적일 것”이라면서 “정부가 이런 시기에 기존 50조원에서 80조원까지 지원금액을 확대, 투입해도 될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증권사가 매입 보장하거나 신용 보강을 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 중 11월 만기가 오는 규모는 약 10조7300여억원이다. 12월에는 9조7600억원어치의 만기가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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