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 독일 총리의 ‘줄타기’ 중국 외교…국내외 우려와 비판 속 4일 방중

김재중 기자 2022. 11. 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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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일(현지시간) 독일 중북부 도시 기프호른에서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기프호른|로이터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국내외에서 우려와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선 숄츠 총리의 방중이 중국 견제를 위한 대오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독일 내에선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이라는 전략적 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 주도 연립정부에 참가하고 있는 녹색당과 자유민주당 출신 장관들까지 그가 중국에 대해 단호하지 못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숄츠 총리는 리커창 총리의 초청으로 4~5일 중국을 방문해 리 총리와 회담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만날 예정이다. 숄츠 총리는 2020년 초 코로나19 발병 이후 중국을 처음 방문하는 유럽연합(EU) 및 주요 7개국(G7) 정상이다. 시 주석이 지난달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처음 만나는 서방국가 정상이기도 하다. 폴크스바겐, 지멘스, BASF 등 독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대거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 시기와 모양새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과 우려가 나왔다. 미국 리서치 회사 로디움 그룹의 노아 바킨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숄츠 총리의 방중은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에게 선물을 제공한다는 인상을 준다”라고 말했다. 독일 싱크탱크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의 토르스텐 베너는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숄츠 총리가 순전히 정치적 방문에 국한하지 않고 기업 대표단을 데리고 가는 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에선 숄츠 총리의 방중 계획이 지난주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를 둘러싸고 내분이 벌어졌다. 숄츠 총리가 독일 최대인 함부르크 항만의 확대·개발 프로젝트에 중국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의 투자를 허용키로 한 것이 계기였다. 이에 대해 장관 6명이 공개 반발했다. 앞서 중국 기업 자회사의 독일 내 반도체 생산 공장 인수를 승인키로 한 것도 반발을 샀다.

비판의 요지는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에 동참하면서 에너지 위기를 겪게 된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중국이 대만을 통일하겠다며 침공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독일로선 중국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독일이 받을 경제적 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심하다는 것이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더는 존재론적 의존을 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희망에 입각해 경제적으로 완전히 의존하며 우리에게 정치적 협박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부 장관도 “이는 중국을 체계적인 경쟁자가 아니라 중요한 무역 상대로 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어보크 장관과 린트너 장관은 각각 녹색당과 자유민주당 대표로서 지난해 말 숄츠 정부를 출범시킨 연정 합의의 주역들이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마저 “우리는 일방적인 의존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말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의 중국 기울기에 대한 불만은 EU에서도 나왔다. 티에리 브레톤 EU 내부 시장 위원장은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EU가 2019년 중국을 ‘체계적 경쟁자’로 규정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중국을 경쟁자로 지목하고 중요 인프라에 대한 중국 자본 투자를 규제하고 있는 마당에 나온 독일의 독자 행동에 유감을 나타낸 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서방으로부터 갈수록 견고한 견제를 받는 중국이 숄츠 총리의 독일을 약한 고리로 공략해 새로운 활로 모색을 시도할 것으로 우려한다.

독일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 하늘색은 독일의 전체 수입량 가운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 파랑색은 전체 수출량 가운데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을 나타낸다. 꺾은선 그래프는 중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 규모다. 자료: 독일경제연구소, 파이낸셜타임스

숄츠 총리 역시 중국과 관계 재설정에 반대하지 않는다. 독일 정부는 내년 초 발표를 목표로 중국 정책 재검토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그가 중국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독일 경제의 중국 의존도 때문이다. ‘비즈니스 퍼스트’를 앞세운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집권 16년 동안 중국을 12차례 나 방문하며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심화시켰다. 중국은 독일 전체 무역량 가운데 9.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선 지 오래다. 폴크스바겐(40%), 지멘스(13%) BASF(15%) 등 독일 기업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거두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독일 공업 분야 기업들의 46%가 중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하고 있다. 숄츠 총리로선 중국의 잠재적 안보 위협에 대비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당장 끊을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숄츠 총리가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답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숄츠 총리 방중이 임박한 만큼 관심은 그가 베이징에서 내놓을 메시지에 쏠린다. 숄츠 총리는 시 주석 등과 만났을 때 중국과의 우호 및 유대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홍콩 민주주의 억압 등에 관해 단호하고도 원칙적인 견해를 밝혀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중국 국내 시장 개방 및 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 관행 시정 등 EU 공통의 요구사항도 얼마나 단호하게 전달될지 주목된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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