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바뀐 국민의힘, 이상민·윤희근 경질 요구···윤 대통령은 엄호[이태원 핼러윈 참사]
윤 대통령에 번질라 기류 급변
당내선 개각 시기·폭 전망 거론도
경찰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사실이 드러난 뒤 여당 기류가 바뀌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다음주 인사가 있을 거라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책임론이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확대되는 데는 방어막을 쳤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비대위 회의에서 참사 당일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시민들의 압사 우려 신고에도 경찰 초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전날 밝혀진 것과 관련해 “몹시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 국민 여러분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에 용산구청과 서울시, 용산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은 왜 사전에 대비하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무려 4시간 전에 신고를 받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11차례나 신고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다”며 “(5일까지인) 추도 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원인 조사와 상응하는 책임 추궁, 그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책임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 외 여당 의원들은 직접적으로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이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안철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 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은희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본인들의 거취에 대해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인사 조치가) 빨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전까지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정진석 위원장)이라며 야당이 제기하는 정부 책임론을 방어해 왔다. 하지만 전날 경찰의 참사 초기 부실 대응과 참사 관련 시민단체·여론 동향 수집 문건 작성 사실이 드러나며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자 이날 대응 기조가 확연히 바뀐 것이다. 이 장관과 윤 청장을 계속 옹호했다가 정부 책임론이 확산해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 한 친윤석열계 재선의원은 “이 장관과 윤 청장이 (윤 대통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물러난다고 선언하고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이들의 경질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시기와 개각 폭에 대한 전망까지 나온다. 당 지도부인 한 의원은 “용산(대통령실)이 준비할 시간은 줘야 한다. 다음주쯤 아니겠는가”라며 “(이 장관) 윗선과 다른 부처로도 인사 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등까지 교체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SNS에서 한 총리가 전날 이태원 참사 외신기자회견에서 웃고 농담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통령은 정부를 재구성하겠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폭 개각을 촉구했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진상규명 의지를 강조하면서 엄호에 나섰다. 정진석 위원장은 “진상규명 작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112 신고 녹취록 공개도 대통령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의원도 경찰 신고 녹취록 공개에 대해 “(윤 대통령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에 대한 책임 (추궁),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비윤계 의원은 “여론이 심상치 않자 대통령이 꼬리자르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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