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연내 1.25∼1.5%p 더 오른다"...韓금리 어디까지?

세종=안재용 기자, 유효송 기자 2022. 11. 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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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중은행장들과의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2022.10.26.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기준금리를 75bp(1bp=0.01%p) 올리는 것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폭이 아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쏠리고 있다. 연준 안팎에서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12월 FOMC 등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란 점에서다.

연준이 12월 기준금리 인상폭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 탓에 빅스텝(한번에 50bp 금리인상)이 부담되는 상황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00원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벌어지게 방치할 순 없다는 게 딜레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2일 FOMC에서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스텝(한번에 75bp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84.1% 반영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 3.75~4%까지 올리는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12월 FOMC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다음달 14일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확률이 50.4%로 가장 높다. 그러나 연준이 빅스텝을 실시할 확률도 43.2%에 달한다. 베이비스텝(한번에 25bp 금리인상) 단행 확률이 6.4%인 점을 고려하면 자이언트스텝과 그보다 작은 폭으로 금리를 올릴 확률이 약 1대 1로 갈린 셈이다.

미국 경제지표의 방향도 엇갈린다. 지난달 13일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대비 8.2% 상승했다. 전월대비로는 0.4% 상승하며 시장전망치(0.3%)를 넘었다. 미 노동부가 1일 발표한 9월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9월 구인건수는 1070만건으로 8월(1030만건)보다 늘어났다. 물가와 고용지표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반면 1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는 2020년 5월(43.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미 상무부는 지난 9월 신규주택 판매가 60만3000건으로 전월대비 10.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 실러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8월 전미 주택가격지수도 전월 대비 1.3% 하락하며 지난달 발표치(0.7% 하락)와 시장 예상치(0.8% 하락)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기존에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 유지와 속도조절 중 어느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시장의 관심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모아지고 있다.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연준이 판단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이 속도조절론의 손을 들어 줄 경우 한국은행은 이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50bp 대신 25bp만 올릴 가능성이 있다.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달러화 가치만 상승하는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10월 빅스텝을 단행한 주요 이유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진정되면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둔화를 고려할 여유가 생긴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외환시장이 안정된다면 한은은 빅스텝보다는 베이비스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시장의 유동성이 빠르게 말라가는 상황에서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게 되면 자금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기 둔화도 우려되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50bp 올리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채권시장이 괜찮았으면 (11월에도) 50bp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았으나 자금시장이 흔들리고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 (빅스텝을) 밀어붙이기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파월 의장이 12월 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이라 시사할 경우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12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고 한은이 베이비스텝을 실시하면 연말 기준 한미 금리차가 1.5%포인트에 달하게 된다. 이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이 확대돼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면 자금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물가나 환율이나 대외 변수가 10월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한미금리차가 최대 1.5%포인트까지 벌어졌던 때가 있긴 하지만 한은은 한미금리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부분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한은은 (금통위가) 11월이 올해 마지막이고 연준은 12월이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여유를 가지려면 11월에 빅스텝을 단행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의 오 연구원은 "외환시장과 자금시장이 같이 흔들리고 있어 우선순위가 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려면 50bp 인상을 해야 하지만 자금시장이 흔들릴 수 있어 확률은 반반이지만 개인적으로 빅스텝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오 연구원은 "한은 내부에서 (한미금리차) 1%포인트 정도를 가이드라인으로 잡고 있는데 연말 기준으로 1%포인트가 넘어가게 되면 고민이 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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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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