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의 뉴스1픽] 미국의 금리인상과 채권 '유동성 공급'의 딜레마

강은성 기자 2022. 11. 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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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금리차 1%p 달해…원화 약세 심화 우려
채권 유동성 공급이 긴축 흔든다?…전문가 "시장 진정 위한 최소 수준"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우리시간으로 3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또 한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예정입니다. 자이언트 스텝이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를 인상하는 것을 말합니다. 올 들어서만 4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시행함으로써 미국은 기준금리 4.0% 시대를 맞게 될 예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0%입니다. 한국은행이 건국이래 처음으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2회 연속으로 단행하면서 3% 수준까지 높여놨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또 한차례 자이언트 스텝을 하며 저만치 달아나게 됐습니다.

이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는 1%포인트 차이가 나게 됩니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포인트나 높게 되면 쉽게 말해 달러 예금을 했을 때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한국에 돈을 묻어 놓을 이유가 없죠.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데, 심지어 금리도 더 높으니까요.

달러가 줄줄 빠져나갈수록 원화는 '약세'를 띄게 됩니다. 1달러를 우리돈으로 환전할 때 올 1월만 하더라도 1180원~1200원 수준이면 됐지만,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원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현재는 1417.4원(2일 서울외환시장 마감 기준)을 지불해야 1달러를 바꿀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가 높을수록 원화약세는 더욱 심화됩니다. 자본시장에서는 외국 자금이 우수수 빠져나가고, 대다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산업도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대대적인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2.9.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문제는 채권시장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자금조달 비용도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이 회사채를 사겠다는 투자자는 급격히 감소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만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달간 회사채 순상환은 4조837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회사채 발행액은 3조6921억원에 그친 반면 상환액은 8조5300억원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금융투자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순상환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회사채가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되고, 자금 융통이 되지 않으면 영업이익이 안정적으로 나고 있음에도 상환을 하지 못해 '흑자부도'를 내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긴축이 시작되면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일어날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이 됐던 일이지만, 현재 시장의 자금경색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금리인상이 이어지는만큼 앞으로 회사채 발행이 마비되고 이대로라면 연말, 내년 초 쯤엔 실질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즉 기업의 부도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당국은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50조원+알파(α)의 유동성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대형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추가로 진행해 총 90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방침입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는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강력한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배치되는 결정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원화약세'가 자칫 더 심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금시장에서도 이런 우려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화 긴축이 급물살을 타는 와중에 대한민국 중앙은행이 막대한 돈풀기를 한다는 인식이 전 세계에 확산될 경우 영국과 같은 '금융 대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지난달 약 72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가치 폭락, 영국 국채 금리 폭등의 역풍을 맞고 44일만에 자진 사임한 전례가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은행도 금융시장의 '무제한' RP 매입과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를 통한 유동성 공급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SPV 재가동은 추후에 필요하면 논의할 수 있으나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즉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는 흔들림 없이 이어가되, 시장에는 필요최소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다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의 유동성 공급이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를 흔들만한 규모는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현재의 유동성 공급은 꽉 막힌 채권시장에 작은 물꼬를 터주는 조치라는 것이죠.

황세운 연구원은 "이번 유동성 공급은 채권시장의 자금경색 해소를 위한 '표적치료'이기 때문에 긴축의 큰 틀을 흔들지 않으면서 정책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도 "현재 당국과 민간의 유동성 공급 규모가 100조원 정도인데, 이정도로는 긴축 기조를 흔들만큼은 아니다"면서 "현재 채권시장의 불안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심리적 요소가 크고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손상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자금 흐름을 뚫어줄 만한 물꼬를 트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 News1 DB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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