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퇴진 집회에 기동대 집중”…일선 겨눈 수뇌부에 경찰 ‘술렁’

이혜영 기자 2022. 11. 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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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서울청 112상황실·용산서 압수수색
정부·경찰 수뇌부 향한 일선 경찰 질타 목소리 나와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11월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과 관련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용산경찰서장 대기 발령 조치로 이번 참사 후 첫 인사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는 수뇌부를 향한 질타 목소리가 나온다. 

특수본은 2일 오후 2시부터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용산경찰서 112치안상황실 및 정보과에 수사 인력을 보내 지난달 29일 참사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확보 중이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용산구청과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이태원역 등도 포함됐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수본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참사 전 4시간 여 동안 11건의 112 신고를 접수한 담당 경찰관들이 직무상 책임을 다했는지, 신고 상황을 전파받은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는 적절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청이 1일 공개한 참사 발생 전 11건의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경찰은 '압사' 등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구체적인 시민들의 신고에도 현장 인력을 늘리는 등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로 접수된 11건 신고 가운데 현장출동이 이뤄진 건 4건이었다. 특수본은 서울청과 용산서가 인파 해산이나 경력 증원 등의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와 의사결정 과정 등을 모두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핼러윈 기간 인파 운집에 따른 경찰력 투입 계획 등 전반적 준비 상황을 확인해 사고 당일 용산경찰서가 취한 안전관리 조치 적절성도 살펴볼 예정이다. 용산서가 핼러윈을 대비해 기동대 경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서울청과 수뇌부가 거부했다는 의혹도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대적 감찰을 진행 중인 경찰은 이날 112신고 부실대응과 관련해 이임재 용선경찰서장을 대기발령했다. 이번 참사 후 책임자에 대한 첫 문책성 인사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11월2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 입구 모습 ⓒ 연합뉴스

"대통령 퇴진 집회에 기동대 대거 차출, 이태원엔 0명" 

감찰과 압수수색, 대기발령이 진행되면서 경찰 내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대응 책임이 일선 경찰로 쏠리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경찰에 따르면 자신을 '3년째 이태원 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직원'으로 소개한 경찰관 A씨는 지난 1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 글을 올려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력(경찰병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윗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이 '112신고 대응 미흡'을 지적한 것에 대해 "'112 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 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어 "압사 우려 112 신고는 사고 발생지 골목길 뿐만 아니라 이태원역 주변 일대 여러 곳에서 접수됐다"면서 "사건 당일(10월29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총 79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당시 근무 중이던 약 20명의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직장인 블라인드 게시판에 '현장을 모르는' 경찰 지휘부를 향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경찰 현직이라고 밝힌 B씨는 윤 청장을 향해 "신고 처리 과정에서 대처가 미흡했다는 윤 청장은 핵심을 잘못 본 것"이라며 "지구대 경찰서에서 발로 뛰며 사건을 처리해 본 경험이 없으니 현장을 모른다"고 성토했다. 

그는 윤 청장에 "112순찰차 한번 탑승 해봤는지, 권총 한번 차본 적 있는지, 수갑 한번 차본적 있는지 모르겠다"며 현재 인력 구조와 체계로는 112신고 접수 후 말단 경찰들이 즉각 현장으로 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112신고를 받고 대응하기엔 거쳐야 할 단계가 너무 많다"며 "경찰은 첨탑형 계급 구조이고, 말단 공무원은 재량권이 0으로 수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외부 요인을 차치하고 경찰 내부만을 따져봤을때 경찰의 책임을 따지자면 결국 수뇌부의 책임"이라며 "2만5000명 운집한 대통령 퇴진 집회에 거의 모든 기동대가 차출되고, 10만 명 운집한 이태원에는 단 한 명의 기동 경찰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B씨는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 "용산구청, 시청, 경찰 수뇌부 어느 하나 문제의 심각성을 핼러윈 전에 인지하고 적극 행정을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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