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리려 경관조명? 일부 주민은 ‘빛공해’ 에 잠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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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을 올릴 목적으로 옥상 등에 경관용 조명기구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래구 또 다른 아파트 주민 B(39) 씨는 "내가 사는 집 주변에서도 하나둘 경관조명을 달았다. 아주 층이 높은 아파트면 빛공해 문제가 덜하겠지만, 보통 층수의 아파트 옥상에 조명이 달리면 아무래도 주변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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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회 상대 손배소 제기
법원 "조명기구는 공공성 없고
민원 폭증해 배상 책임 인정"
아파트 가격을 올릴 목적으로 옥상 등에 경관용 조명기구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입주민이 ‘빛공해’에 시달려 손해배상을 받은 사례까지 나타났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11부(전우석 부장판사)는 부산 동래구 한 아파트 주민 A 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주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입주자회가 A 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판결문을 보면 입주회의는 지난해 5월 21일 이 아파트의 문주와 각 동 옥상 등에 LED 자체 발광 조명 기구를 달아 하루에 5시간씩 점등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 가격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그런데 이 조명 기구는 너무 밝았다. 조명 탓에 눈이 부신다는 민원에 동래구는 한국환경공단에 조사를 의뢰했다. 환경공단이 조명 기구 앞 5m 내외에서 3곳의 휘도(밝기 정도)를 측정하니 기준치의 수백 배 이상을 넘었다. 밝기가 심한 곳은 21만9906cd/㎡이 기록됐는데, 이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상 기준인 평균 25cd/㎡를 8796배 초과한 수치다.
측정값을 토대로 동래구는 입주회의에 빛공해를 저감하라고 권고했다. 입주회의는 그해 9월 조명기구의 밝기를 줄이거나 설치 각도를 바꾸고, 조명 기구 앞에 광 확산 PC판을 설치하는 등 조처에 나섰다.
문제는 저감 조처가 뒤따르기 전까지 빛공해에 시달린 입주민이 있었다는 점이다. 원고 A 씨는 조명 기구에 불이 켜졌던 지난해 5월~11월 사이 자신의 집에 지나치게 밝은 빛이 들어와 불면·불안 등의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입주회의는 ‘옥상 조명에는 빛 방사 허용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그로 인한 빛 방사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 A 씨의 건강에 피해를 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아파트 공고문을 통해 ‘옥상조명 켜지 못해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지 못하면서 재산상 손해를 봤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빛공해가 일종의 환경오염으로서, 피해를 유발한 측에겐 귀책 사유가 없더라도 민법상 손해배상의 책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조명 기구의 빛이 A 씨 집 거실과 모든 방에 광범위하게 들어온 점, A 씨 외에도 고층부 주민의 눈부심 민원 등이 잇따른 점 또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명 기구는 아파트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사회적 유용성이 있다거나 공공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산은 엘시티 등 초고층 아파트를 필두로 옥상에 경관 조명을 설치한 곳이 적지 않다. 처음에는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초고층 아파트 건설 특혜 시비를 피할 목적이 컸지만, 현재는 아파트 가격을 높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쓰이는 실정이다. 동래구 또 다른 아파트 주민 B(39) 씨는 “내가 사는 집 주변에서도 하나둘 경관조명을 달았다. 아주 층이 높은 아파트면 빛공해 문제가 덜하겠지만, 보통 층수의 아파트 옥상에 조명이 달리면 아무래도 주변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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