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더' 이준익이 보여주는 이야기 세상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2. 11. 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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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더 이준익 감독 인터뷰 / 사진=티빙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당분간 사극은 그만"이라고 말했던 이준익 감독이 첫 OTT 드라마 '욘더'를 선보였다. 비판은 보약, 칭찬은 위안이 된다는 이준익 감독이다.

이준익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새겨진 첫 드라마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극본 김정훈·연출 이준익)는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한지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 재현(신하균)이 그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멜로다.

첫 OTT 드라마 도전 소감을 묻자 이준익 감독은 "제가 영화만 14편을 찍었다. 이게 15번째 작품인데 OTT는 처음이다. 근데 스태프들이 전부 나랑 영화를 찍던 사람들이다. OTT와 영화 경계선은 전혀 없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인풋은 같았다. 아웃풋이 달랐을 뿐이다. 연출이 다른 점은 별로 없었다"며 "중점을 둔 부분은 버츄얼 리얼리티나 메타버스 같은 디지털화였다. 영화 속이든, 서양 영화든 리얼리티를 복제화 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불편하지 않게끔 현실 속 공간을 그대로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이후와 재현이 재회한 '욘더' 역시 현실 속 공간에서 착안했다. 이준익 감독은 "도심 속 마을 역시 현실과 메타버스의 이질감을 무효화시키려는 것이었다. 같은 인물이 다른 공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기억과 감정의 연장선이 이격되지 않게 함으로써 두 주인공의 감정 전개가 더 밀도 있게,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출 의도였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미지의 공간'인 욘더와 미래의 첨단 과학기술을 접합시키기 위해선 CG 장면도 다수 필요했다. 이준익 감독은 "CG 작업은 굉장히 까다롭다. 잠수교 장면도, 호수 장면도, 세이렌(이정은)이 있는 바이앤바이로 가는 검은 방 모두 CG였다"고 밝혔다.

욘더 이준익 감독 인터뷰 / 사진=티빙 제공


이러한 설정과 기술들은 이준익 감독의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에 대해 그는 "11년 전에 원작 '굿바이, 욘더'가 나왔고, 7~8년 전에 작가와 함께 썼지만 재고, 삼고의 시간을 거쳤다"며 "그때는 생각이 미숙해서 SF 판타지로 썼다. 나중에 보고 '와 망했다' 싶어서 다 덮어버리고 다른 영화를 찍었다. '사도' '동주' '박열' '자산어보'를 찍고 보니 사극과 멀어지고 싶었다. 그때 '욘더'를 다시 꺼냈다"고 털어놨다.

이준익 감독은 "이제야 콤팩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에는 맥시마이즈 사이즈였다면, 이번엔 콤팩트였다. 욕심을 덜고 본질에 충실한 것이 가장 깊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며 "전과 비교한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에는 크게 했고, 지금은 작게 했다"고 말했다.

특히 '욘더'는 한 회차당 30분 안팎으로, 미드폼 장르를 앞세웠다. 이준익 감독은 "제가 최근에 같이 작업한 작가나 주변인들 얘기를 들어보니 점점 러닝타임이 짧아지는 게 추세라고 하더라"며 "기존 포맷을 시리즈로 전환하는 데 있어 과감하게 시도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걸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지에서 러닝타임과 회차에 구애받지 않기로 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와 함께 이준익 감독은 "영화는 두 시간 안에 맞춰야 하는 러닝타임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더 풍만하게 만들 수 있는데 무조건 압축, 압축, 압축을 해야 했다"며 "한 사람이 죽으려면 정말 많은 사연을 안고 가야 한다. 그걸 끝까지 공감하면서 따라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드폼 장르는 과감하게 시도했다. 누군 좋았을 테고, 누군 안 좋았을 테지만 그건 평가받는 거니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소신을 밝혔다.

소설 '굿바이, 욘더'에서 출발한 이준익 감독의 '욘더'는 원작의 설정을 어느 정도 가져가면서도, 그만의 상상력을 덧붙였다. 극 중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 역시 그러하다.

이준익 감독은 "원작에서 남자 주인공 재현의 이름은 '김홀'이다. 이후는 '차이후' 그대로"라며 "근데 원작이 발간되고 11년이 지나서 영상화를 하다 보니 '김홀'이라는 이름이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이후'와 '현재'(현실)에서 '현재'만 '재현'으로 바뀌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욘더 이준익 감독 인터뷰 / 사진=티빙 제공


또한 캐스팅 과정도 언급했다. 이 감독은 "항상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많이 공을 들이는 건 첫 번째로 주인공이다. 여기선 신하균이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 단 한 신도 재현이 나오지 않는 신이 없었다"며 "이야기가 가진 생경함을 몰입하게 하려면, 한 사람의 관점으로 들어가야 한다. 극 중 신하균은 때론 관찰자로, 때론 주체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캐스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신하균과도 충분히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다음은 이후 역의 한지민이었다. 이준익 감독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이 주체라면, 그 주체에겐 항상 대상이 존재한다. 그게 한지민"이라며 "그 대상이 처음엔 대상이었지만, 스테이지를 건너갈수록 주체와 대상이 바뀐다. 처음엔 신하균의 관점으로 주체가 쭉 가다가 어느 순간 한지민의 관점으로 바뀐다. 후반부엔 한지민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이 후반부로 달려가며 각 인물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후와 재현은 아무리 소중한 기억일지라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에 재현은 현실로 돌아와 세이렌이 저지르는 행위를 막고자 한다. 이들에게 '욘더'는 한때 희망적인 공간이었지만, 결국 시간의 유한성을 보여준 잔인한 공간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맨 마지막 대사가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것은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수 천 년 전부터 불멸을 꿈꿔왔고, 종교적으로도 영생을 바라왔다"며 "죽음이 갖고 있는 유한성을 불멸의 무한성으로 디지털이 구현해내고 있는 세상을 목도한 거고, 조금 있으면 우리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욘더 이준익 감독 인터뷰 / 사진=티빙 제공


이준익 감독은 "요즘 많이 쓰는 메타버스에서는 유한을 벗어난 무한의 개념을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제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불멸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고 생각했었다"며 "오히려 누군가의 소멸이 있어서 내가 존재했고, 그렇다면 누군가의 생성을 위해서 내가 소멸하는 것이 올바른 세상이 아닌가 싶다. 불멸을 끝내는 건 유한성에 기인한다는 생각이 펼쳐졌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준익 감독은 "최근에 OTT 플랫폼을 통해서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폭넓은 이야기의 세계를 보고 있다"며 "더 깊이 있는 이야기, 더 나아갈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점점 생긴다. 자극이 주는 흥미도 좋지만, 생각하는 영화를 해야 한다. 생각이라는 건 나의 내면과 만나져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이준익 감독은 "(드라마는) 영화 피드백과 너무 달라서 잘 모르겠다. 영화는 화끈하다. 안 좋으면 화살이 막 날아온다. 근데 '욘더'는 좋은 이야기도 있고, 안 좋은 이야기도 당연히 있다. 안 좋은 건 보약이 되고 좋은 얘기는 스태프들에게 위안이 된다"며 "끝을 봐야 뭘 하겠지만, 이제 시작인 것 같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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