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축구장 50개 전시장 꽉 찼다”…위상 높아진 국내 제약사들 수주戰 ‘출격’
한국 제약 바이오 기업 60여곳 부스 열어
대웅제약 “나보타, 펙스클루 관심 높아”
롯데바이오 SK팜테코, 고객사에 신임 대표 소개식 개최
“한국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시장을 뚫으려고 해외 전문가를 적극 기용하고, 또 고부가가치에 집중하잖아요.”
1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막한 ‘2022 국제의약품박람회(CPHI)에서 만난 인도 3위 제약사인 ‘맨카인드(Mankind)’의 어비 쿠마르 스리바스타바 운영본부장은 ‘한국 제약 바이오의 위상’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를 잘 만드는 것 같다”며 “바이오 의약품에 집중한 것도 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맨카인드는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그에게 인도 제약 산업의 현황힌을 묻자 “전세계 원료의약품의 45%를 인도에서 생산하는데 몰랐느냐”라며 “사람들은 인도를 ‘제약사들의 약국’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올해 CPHI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2년간 불참한 인도 대형 제약사들이 대규모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박람회 개막을 30분 앞둔 오전 10시부터 인도 단체 관람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주차장으로 밀려들었다. 전시회장 앞 CPHI 조형물 앞에선 바이어들이 줄을 서서 단체 사진을 찍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번 행사는 야외는 물론 박람회장 안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는 ‘완벽한’ 대면 방식으로 열렸다. 스리바스타바 본부장은 “CPHI를 2000년부터 매년 왔는데, (최근 2년) 코로나 사태로 참석을 못했다”며 “올해는 휴가를 겸해서 나온 기분이 들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 “대웅에서 왔나” 한국 제약사 인지도 높아
올해 행사에는 한국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이 62개사나 참여했다. 인도 기업이 378개사가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숫자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20여곳이 참여하던 것과 비교하면 3배나 참여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 행사에 참석하기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번 행사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과 같은 바이오 대기업은 물론 전통 제약사인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도 부스를 열고 이름을 알렸다. 인도 제약사들이 몰려 있는 완제의약품 전시장에서는 지나가던 한국 취재진에게 “혹시 대웅에서 왔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대웅제약은 이번 행사에서 맨카인드 부스의 우측에 단독 부스를 차렸다. 김도영 대웅제약 글로벌개발센터장은 “코로나 사태로 3년 만에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오랜만에 부스를 차리다 보니 규모도 키우고 인테리어에 힘을 줬다”며 웃었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대웅제약 부스로 인도와 중동 바이어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부스 문을 두드렸다. 김 센터장은 “오전에 명함을 받은 고객사 관계자만 100여명이나 된다”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나보타의 판권에 대한 문의가 제법 많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이 손님을 맞는 탁자에는 부스를 찾은 해외 관계자들에게서 받은 명함이 수북했다. 그는 “인도, CIS(독립국가연합), 중동 고객이 많았는데, 제네릭(복제약)보다는 신약에 관심이 많았다”라고 계약 성사를 기대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7월 신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를 국내에 출시했다.
전통 제약사들이 실제 계약 성사를 위해 실무진 위주로 뛰고 있다면, 바이오 의약품 기업들은 ‘홍보의 장’으로 행사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경쟁사인 론자와 캐털란트와 같은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부스와 나란히 자리잡고, 미국 ‘소비자가전쇼(CES)’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박람회 첫날인 이날 오전 론자 기업 설명회가 열리는 회의실 바로 옆에 또 다른 회의실을 잡고 대규모 ‘런치 미팅’을 열었다.
SK의 자회사인 SK팜테코도 이날 저녁 고객사를 대상으로 만찬 행사를 열고, 요그 알그림 대표 선임 소식을 알렸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마이클 하우슬레이든(Michael Hausladen) 미국 법인장도 이번에 첫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원직 대표와 하우슬레이든 법인장은 짝을 이뤄 업계 관계자들을 만났다.
◇ “전시장 꽉 찬 것 3년 만에 처음 봐”
이번 행사에서 한국 기업을 부스를 하루 만에 모두 돌아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박람회장은 ‘메세 프랑크푸르트 전철역’을 한가운데 두고, 총 13개 전시장(홀)으로 구성된 3~4층 높이 건물 8개가 둘러싼 구조로, 연면적이 36만㎡에 달했다.
국내 최대 전시 시설인 코엑스(3만 6007㎡) 10배, 일반 축구장(7140㎡)의 50배에 이르는 넓이다. 1초에 1m를 걷는 성인 남성이, 준비된 전시장을 주변을 둘러보는 데만 4시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메세 프랑크푸르트를 여러 번 왔지만 이번처럼 전시관들이 꽉 찬 것은 처음 봤다”라고 했다.
전시장은 원료의약품(API), 완제의약품(FDF), 포장재(InnoPack), 장비(P-MEC), 수탁서비스(ICSE) 바이오의약품(Bio Production)으로 구분했다. 부문별로 서로 다른 건물을 쓴다. 대웅제약과 동국제약은 맨카인드와 같은 완제의약품(FDF) 전시장에 입주했다. 반면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은 원료의약품(API) 건물에 부스를 차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좀 떨어진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대웅제약이 있는 전시장이 있는 4번 홀에서 바이오 의약품과 위탁생산(CDO) 전시장이 들어선 9번 홀까지는 빠른 걸음으로도 20분이 걸렸다. 전시장 건물 바깥의 중앙 광장에는 각 건물을 연결하는 초록색 셔틀버스가 5분에 한대씩 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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