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언급한 ‘디지털 군중관리’… 日 도쿄 도시마구, 카메라 51대로 위기 실시간 파악
2015년 NEC 기술로 만든 종합방재시스템 도입
영상 분석해 인원수 파악하고 비정상 혼잡 때 자동 경보
“우리 사회는 아직 인파 관리 또는 군중 관리라고 하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개발이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드론 등 첨단 디지털 역량을 적극 활용해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제도적 보완도 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주말 이태원 참사는 이른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라는 인파 사고 관리 통제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라며 한 발언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한국의 군중 관리 역량이 부족해 일어났으며,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면서 신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한국에서는 ‘군중 관리’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벌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카메라 51대 주요 역·지점 설치해 인파 실시간 감시…비정상 상황 때 경보 자동 발령
일본 도쿄 도시마(豊島)구는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쿄에서도 가장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행정구역 내에 도쿄의 번화가 중 하나인 이케부쿠로가 있고, 일본 최대 번화가 신주쿠와 가깝다. 도쿄도 도심부인 23구에는 971만명이 살고 있고, 인구밀도는 지난 9월 기준으로 1㎢ 당 1만5485명이다. 인구 3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마구의 인구밀도는 1㎢ 당 2만3254명이다. 서울과 비교하면 양천구(1㎢ 당 2만5882명), 동대문구(2만4762명), 동작구(2만4113명)보다 낮고 중랑구(2만1188명)보다 높다.
일본은 도쿄에서 대규모 지진이 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대피를 위해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와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 이에 인구밀도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지방자치단체인 도시마구는 유사시 군중들이 밀집해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었다.
도시마구는 2015년 5월 ‘재해 발생시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정보의 수집과 공유를 원활화하고 고도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종합방재시스템을 도입했다. NEC(일본전기)가 ‘군중 행동 해석기술’을 포함한 시스템을 제공했다.
NEC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도시마구에 설치된 51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운영된다. 시스템은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주요 전철역이나 도로의 혼잡 정도에 특이사항이 생겼을 때를 알아내고, 자동으로 경보를 통지한다. 도시마구 직원들은 자동 경보 통지를 받으면 밀집된 군중을 안전한 곳으로 유도한다.
51대의 카메라 중 군중의 행동을 해석하는 카메라는 17대다. 주요 전철역과 주요 감시 지점 17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분석하고, ‘혼잡도’ ‘혼잡 상태’ ‘군중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재해대책본부에 경보를 발령한다.
◇NEC, 10만명 군중 흐름 30분 앞까지 예측하는 기술 개발 중
NEC는 “사람이 감시하면 여러 대의 카메라 영상에 잠재해 있는 위험을 놓칠 수 있지만, 이 시스템으로 위험을 놓치지 않고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카메라 영상을 분석한 정보 이외에도 현장에서 직원이 파악하는 정보, 국가나 도쿄도로부터 받은 정보, 주민 신고 등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 분석한다.
군중이 밀집해 있으면 카메라가 찍은 영상으로는 정확히 몇 사람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NEC는 화상을 분할하고, 각 영역에 몇 명이 있는지 해석해 화상에 찍힌 인원수를 자동으로 추정하는 기술을 시스템에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만장의 군중 화상을 시스템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시간대에 따라 평소에 모이는 인원을 정량화했고, 비정상적인 혼잡이 발생할 경우 위험 상태로 인식하고 자동으로 경고를 발령할 수 있게 됐다.
도시마구는 2016년 10월 12일 사이타마현에서 고압 송전선이 화재가 발생해 전철이 운행을 멈췄을 때 이 시스템을 이용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재해대책센터에서 구 직원들이 이케부쿠로역 앞에 밀집하는 인파를 실시간으로 확인했고, 과거보다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 NEC는 혼잡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군중 10만명 흐름을 30분 앞까지 예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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