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이어지는데 꺾이는 경기지표…짙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원다연 2022. 11. 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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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연속 5%대 물가 지속, 근원물가 2009년 이후 최대폭 상승
물가 정점 지났다고 하지만 5%대 고물가 지속 가능성
수출은 2년 만에 역성장, 경기선행지수는 기준선 밑돌아
"내년 스태그 진입 가능성, 인플레 대응이 최우선돼야"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공지유 기자]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기 지표가 잇따라 꺾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에 들어설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5%대 고물가 지속과 수출 감소가 본격화될 내년께 본격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물가 상승세 석달 만에 반등…“5%대 지속, 엄중한 상황”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전년동월대비 5.7%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6.3%까지 치솟았던 7월에 비해선 둔화했지만 8월(5.7%), 9월(5.6%)에 이어 석달 째 5%대를 나타내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특히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는 전년동월대비 23.1%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5.7%)의 0.77%포인트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지난달부터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7.4원 인상되고, 민수용(주택·일반용) 도시가스요금이 메가줄(MJ)당 2.7원 오른 영향이다.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도 상승폭은 둔화됐지만 오름세는 이어지고 있다. 석유류(10.7%)와 가공식품(9.5%) 등 공업제품은 전년동월대비 6.3% 올랐고, 농축수산물은 5.2%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8% 올라 2009년 2월(5.2%)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전월보다 무려 0.3%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상승률을 말한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2% 올라 2008년 12월(4.5%)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물가 상승세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던 7월(6.3%)에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단 분석이 나오지만, 5%대 고물가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원유 감산 결정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러시아의 식량무기화에 따른 곡물가격 반등 등의 위험요인이 있지만 지금까지 흐름이 유지된다는 전제로 보면 물가 상승세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당분간 5%대의 높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엄중한 상황이란 점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마이너스 수출, 경기선행지수 하락…“내년 스태그 진입 가능성 커”

고물가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경기 지표는 줄줄이 꺾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출은 지난달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수출액은 5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해 2020년 11월부터 23개월 연속 이어오던 증가세가 꺾였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를 이어갔다. 10월 무역수지는 67억 달러 적자로, 지난 4월부터 7개월째 적자를 지속했다. 7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수출이 조만간 증가세로 반등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글로벌 경기 하강과 중국 봉쇄 등 대외여건 악화로 전세계 교역이 둔화하면서 우리 수출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당분간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선행지표는 7개월째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CLI)는 98.4로 나타났다. CLI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경기 확장, 100 미만이면 경기 하강이 예상된단 뜻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세계 경제 침체로 수출이 감소하고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기대 인플레이션 조절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단 제언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인플레이션 대응이 가장 큰 과제”라며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 요인에 대응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기대 인플레이션 조절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원다연 (he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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