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3고 복합위기에 살림 합친다
식품 업계에 쪼개진 사업을 합치고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는 합병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체질을 개선해 사업 재편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원산업은 2일 기존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마무리하고 동원그룹의 지주회사가 됐다고 밝혔다. 동원그룹의 모회사인 동원산업은 이번 합병을 통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였던 동원F&B, 동원시스템즈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동원로엑스와 미국 스타키스트는 지주사의 손자회사에서 직속 자회사가 됐다.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계열사를 직접 거느리면서 동원산업의 영업이익 규모는 연간 2600억원에서 5100억원으로 늘어 자금 유동성도 대폭 확대됐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지배구조 간소화로 의사결정을 빠르게 진행해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도 지난달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 합병하는 작업을 마쳤다. 이에 따라 상장사인 조흥을 제외한 모든 관계사를 100% 자회사로 재편했다. 오뚜기는 그룹의 내부거래·순환출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해왔다. 오뚜기는 이번 개편으로 논란을 해소하고 핵심 원재료와 유통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가장 이슈가 된 곳은 롯데제과다. 롯데제과는 지난 7월 롯데푸드와 합병한 이후 한 분기 만에 유의미한 실적을 내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첩된 빙과사업을 합치고, 생산·물류 인프라를 최적화해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키우겠다는 것이 롯데제과의 통합 목표였다. 통합 법인은 자산 3조9000억원, 연 매출 3조7000억원에 이르는 식품업계 2위 규모의 기업으로 올라섰고, 빙과시장에서도 점유율(45.2%) 1위 업체가 됐다.
합병 후 첫 성적은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롯데제과가 전날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을 보면 지난해 3분기 롯데푸드·롯데제과의 영업이익 합계보다 8.1% 감소했다. 하지만 합병 관련 일회성 비용 69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오히려 3% 늘었다고 롯데제과는 설명했다. 매출도 같은 기간 롯데푸드와 롯데제과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10.3%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부터 원가 부담이 완화되면서 취급 상품수 합리화, 물류·생산 인프라 정비를 통한 실적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은 몸집을 가볍게 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의 불확실성에 맞서 효율적인 경영을 꾀하고 해외 진출 등 신사업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계열사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발판 삼아 생존을 위한 도전에 나선 것이란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만 합치고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과거의 합병과 달리 지금은 대외변수에 따라 각사가 경영전략에 따라 합병을 선택하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기존 사업은 물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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