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꽃길만 걸어'… '애달픈' 추모 발길 [이태원 핼러윈 참사]
‘친구야,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하고 꽃길만 걷길 바랄게. 미안해.’
이태원 참사 발생 닷새째인 2일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의 도청사 합동분향소에는 100여장의 메모지들이 붙어 행인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친척, 친구들의 글이었다.
‘○○아! 아픔 없고 슬픔 없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곳에서 즐겁게 지내렴. 작은 아빠가’ ‘○○야, 천국에서 편히 쉬어라’ ‘○○오빠, 이렇게 만나서 너무 슬프다. 꼭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래’ 등의 글귀가 적힌 10여장의 포스트잇은 보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미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이 분향소를 찾아 아픔을 달랜 것이다.
희생자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한 글도 상당수였다.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편안한 곳에서 영면하시길’ ‘부디 그곳에선 숨 편하게 쉬세요’ ‘다음 세상에선 너희들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줄게. 그동안 하늘에서 편히 쉬렴’ ‘많이 미안합니다. 안전하게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참사를 막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지적하는 글도 적잖았다. ‘나라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못다 핀 인생 행복하세요. 숨 편히 쉬세요. 얼마나 힘들었어요’라는 메모지 바로 옆에는 ‘대한민국의 20, 30대 청춘들은 멍청하고 무질서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의 부재이고 참사입니다. 당신들의 청춘만큼 아픈 이 날을 꼭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날들로 새겨진 그대들의 날들과 행복한 모습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메모지는 읽는 이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 경기도청 합동분향소 600명 넘게 방문…수원·용인 등 15개 시·군에도 조문객 몰려
이날까지 도청사 1층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600명 넘는 조문객이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는 직원을 6명씩 3교대로 배치해 24시간 조문을 받도록 했다.
구리에서 온 60대 남성은 “아이들과 청년에게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며 “유가족의 찢어지는 아픔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산에서 온 40대 부부 조문객도 “희생자들과 같은 또래 자녀가 있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했다.
경기도는 이날 도청사 합동분향소 명칭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바꿔 게시했다. 위패도 참사 희생자로 바뀌었다. 도 관계자는 “도내에서 해당 표현에 축소나 책임 회피의 의도가 있다는 여론이 일었고, 내부 논의에서도 참사 희생자가 맞는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 31일 이후 경기도청사와 산하 15개 시·군의 청사, 주요 광장에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됐으며 모두 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 조문객을 맞는다.
용인시청 로비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이날 정오까지 300여명의 시민이 방문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조문록은 ‘못다 이룬 꿈 하늘나라에서 꼭 이루시고, 사고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소서’라는 글들로 채워졌다. 수원시청 본관 주차장의 합동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한 조문객은 “꽃다운 청춘들이 한꺼번에 떠난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수원·용인=글·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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