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안일했던 경찰... “징계 사유 명백하면 국가배상도 가능”

김지환 기자 2022. 11. 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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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관한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경찰에 업무상 과실치사나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를 꾸렸지만,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와 부실 대응 수사도 모두 경찰이 한다.

공안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형 참사의 경우 합동수사본부가 설치돼 검·경이 함께 원인을 규명해나가는 것이 국민을 위해 더 좋은 측면이 많다"며 "법이 개정되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검찰과 경찰 간 협의체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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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과실치사상 따져볼 것들 많아”
현장조사 중요치만... 사실상 ‘셀프 수사’
”합동수사 중요치만... 법 개정으로 못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 /뉴스1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관한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경찰에 업무상 과실치사나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형법 적용은 어려울 수 있지만, 징계 사유가 명백할 경우 유족들에 대한 국가배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무유기 힘들지만... 국가배상은 충분히 가능”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직무유기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거부하거나 고의적으로 방기한 때에 성립한다. 자신의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린다는 ‘인식’이 있고 실제 의무를 다하지 않아야만 완성되는 것이다. “공무원의 태만이나 착각 등으로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은 경우 등은 직무유기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징계 사유’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직 부장판사는 “형법은 엄격해 여러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지만,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적절히 조치하지 않았다는 점은 징계 사유에 더 가깝다”며 “때문에 국가배상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공무원의 부작위(마땅히 해야할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가 인정될 경우 국가는 배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국가배상법에 따라서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중곡동 부녀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의 국가배상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결했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의 정보를 활용하지 못한 점,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사건 수사 담당 경찰과 보호관찰관이 부여된 권한과 직무를 소홀히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책임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않으면 이를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공무원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즉 국가가 1차적으로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않으면 보호할 수 없는 경우, 형식적인 법리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책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직무유기 가능성도 있지만... 경찰의 ‘셀프 수사’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나 직무유기가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계속된다.

업무상 과실치사는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이 발생했을 때 성립한다. 부장판사를 지낸 대형로펌 변호사는 “인파를 해산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신고 후 얼마 만에 출동했는지, 출동 위치와 사고 장소와의 거리 등 변수가 너무 많다”며 “확보되는 증거에 따라 직무유기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초동수사에서 당시의 경찰 대응이 어땠는지를 알려주는 증거수집이 중요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현재 모든 수사의 키는 경찰에서 쥐고 있다.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를 꾸렸지만,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와 부실 대응 수사도 모두 경찰이 한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대형참사가 빠진 탓에 검·경 합동수사본부마저 꾸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안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형 참사의 경우 합동수사본부가 설치돼 검·경이 함께 원인을 규명해나가는 것이 국민을 위해 더 좋은 측면이 많다”며 “법이 개정되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검찰과 경찰 간 협의체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검찰은 대검찰청 사고대책본부와 서울서부지검 비상대책반을 중심으로 과거 벌어진 대형참사 판례 분석과 법리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한 차례 더 검토해 명확한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개정된 후 대형참사 사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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