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같은 아이들 잘 갔으면"…합동분향소 긴 줄, 울음 터트리기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고 나흘이 흐른 2일도 추모 물결은 잦아들지 않았다. 서울 곳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조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참사 현장 주변에는 사망자들을 기리는 형형색색 쪽지가 수백장 붙었다.
서울시 중구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전 8시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마다 한 곳씩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분향소는 오는 5일까지 운영된다.
시청 근처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아람씨(27)는 오전 9시20분쯤 출근 전 분향소를 들렀다. 사망사 상당수가 10~20대로 자신 동생 또래라서 더 안타깝다고 했다. 이씨는 "젊고 아름다운 생명들이 꺼져 버린 것 아닌가"라며 "동생 같은 마음에 '잘 갔으면'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조문객 상당수는 슬픔을 좀처럼 누르지 못했다. 김성경씨(66)는 머니투데이 취재진과 만난 5분 동안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한부모 밑에서 자라 갓 서울에 온 스무살 청년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고 울었다고 했다. 김씨는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착'하고 내려앉았고 밥 먹다가도 운다"며 "(청년 사연이)너무 안 됐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 중 상당수는 20대였다. 대학 캠퍼스에서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기준 고려대와 중앙대 등이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는 오는 5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한다. 한양대에서는 이태원 참사로 재학생 한명, 교환학생 두명이 목숨을 잃었다. 분향소 안 미국인 교환학생 기스케씨(22) 영정 옆에는 K-POP 아이돌 사진이 놓여 있었다. 기스케씨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관련 동아리 활동도 했다고 전해졌다.
함께 캠퍼스를 거닐던 학생이 숨졌다는 소식에 재학생들 충격은 작지 않은 듯했다. 연극영화과 송소연씨(22)는 "어쩌면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며 "정말 친한 친구가 죽은 것처럼 충격이 크다"고 했다.
어떤 조문객은 "꽃같이 예쁘고 별처럼 빛났을 당신들의 이래를 이렇게 허무하게 잃게 해 미안하다"는 쪽지와 캔 커피를 놓고 갔다. "난 아직 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쪽지와 초코 우유를 놓고 간 여학생들도 있었다.
버스기사 장모씨(41)는 오전 11시50분쯤 '하늘나라에서 하고 싶은 일 하세요'는 쪽지를 빼빼로 상자에 붙여 추모공간에 놨다. 그는 "근처 한남동에 사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시간을 내왔다"고 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조문을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정혜정씨(31)는 이날 직장을 쉬고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버스, 지하철을 갈아 타 이태원에 왔다. 그는 '다음 생에는 꼭 못 다운 꿈을 이루라'는 쪽지를 붙였다. 정씨는 "현장을 직접 보니 해밀턴 호텔 벽이 없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권정희씨(67)는 사고 이튿날인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 두번째 조문했다. 두번 모두 혼자 이태원에 왔다. 권씨는 "그 많은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 마음에 너무 힘들다"며 "오늘 쪽지와 꽃이 많은 것을 보니 이렇게 많은 시민이 위로하는 만큼 사망자들이 좋은 곳 갔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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