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케이블카 놓고 또 ‘시끌’···울주군 “산악관광에 필요” Vs 환경단체 “생태계 파괴”[현장에서]
울산 울주군이 2018년 이후 중단된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를 재추진할 계획을 내놓자 등산애호가·상인·주민·환경단체 사이의 찬반 갈등이 또 불거지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는 1999년 첫 시도 이후 23년째 민간·공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됐지만 환경훼손이 우려되면서 잇따라 무산됐다.
지난달 29일 울산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복합웰컴센터에는 신불산·간월산 등으로 향하는 가족·단체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웰컴센터 광장에서 인원파악과 등산장비를 점검한 뒤 서너명씩 짝을 지어 해발 1000m 이상 9개 봉우리로 구성된 영남알프스로 걸음을 옮겼다.
딸·사위와 함께 가족등산을 온 심성애씨(57·울산)는 “나이가 들어 산을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데, 케이블카가 놓인다면 나이 많은 사람이나 어린이들도 훨씬 수월하게 영남알프스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블카 설치를 가장 반기는 쪽은 상인들이다. 웰컴센터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손모씨(52)는 “등억온천단지와 자수정 동굴 같은 주변의 관광자원과 영남알프스 케이블카가 연계되면 산악과 휴양이 어우러져 지역경제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등산객 김한석씨(50·경북 경주)는 “산은 역시 걸어 오르는 멋이 최고”라면서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왜 굳이 인공물을 설치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웰컴센터 인근 주민 최모씨(55)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면 주거환경은 나빠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교통문제와 쓰레기, 소음 같은 여러 불편함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환경단체는 케이블카 설치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울주군이 이번에 제시한 노선은 지금까지 검토한 노선 중 가장 길고, 케이블카 설치로 하루 1만명 이상이 몰릴 경우 영남알프스 억새군락과 신불평원은 물론 인근 보호구역인 고산 늪지대까지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상범 울산환경련 사무처장은 “투자업체가 향후 20년간 케이블카 운영을 기준으로 투자원금만 회수하는데 1년에 32억원의 순이익을 올려야 한다”면서 “수익 극대화를 위해 케이블카 상하부 부대시설에서 식음료와 기념품 등을 판매할 경우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울산환경련은 2018년 해체한 케이블카반대대책위를 곧 재구성해 영남알프스 현장 캠페인과 시민 반대서명 운동, 토론회 개최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불교계 등 종교단체와도 연대해 반대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앞서 울주군은 지난달 5일 영남알프스에 민간업체의 투자(644억원)를 통한 케이블카 설치를 발표했다. 울주군은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쳐 영남알프스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신불재 남서쪽 해발 850m 지점까지 길이 2.47㎞의 케이블카를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5년 준공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업체가 케이블카 설치 후 울주군에 기부채납하고 20년간 무상사용하는 방식이다.
케이블카는 10인승 캐빈형 곤돌라 50여대를 왕복운행하는 방식으로 1시간에 최대 1500명이 탈 수 있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과거 20여년간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주민 열망을 모아 이번에 다시 추진한다”면서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2018년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부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울산시장과 울주군수가 사업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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