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하루 앞둔 증시... 전문가들 “긴축과 경기 침체 중 하나는 대면할 수밖에 없다”

권유정 기자 2022. 11. 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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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속 자이언트스텝 관측 무게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증권가 “상승 추세 전환 아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피벗(Pivot·입장 변화) 신호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섣불리 매수에 나설 때는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부는 FOMC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결과를 내놓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가운데)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왼쪽 두번째). /EPA 연합뉴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5포인트(0.07%) 오른 2336.8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오는 1~2일(현지 시각) 열리는 FOMC를 앞둔 경계감에 보합권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미국 증시 하락에도 코스피지수가 2% 가까이 상승하며 강세장을 보인 전날과 대조적이다. 전날 지수는 41.61포인트(1.81%) 상승한 2335.22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300선을 웃돈 것은 지난 9월 22일(2332.31)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순매수에 나서면서 지수 상승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가 외국인 자금의 국내 유입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달에도 연준은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 침체가 불거지면서 연말에는 긴축 강도를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최근 연준 안팎에선 긴축 속도 조절론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 연설을 통해 “영원히 (금리 상승폭이) 0.75%포인트(p)일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라며 “금리를 너무 급격하게 올려 경기를 침체에 빠트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직접적으로 속도 조절을 언급한 건 아니지만 역시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연준이 이번 FOMC 이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은 (과열된) 경제를 식히려는 것이지 냉각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연준 선임 고문인 엘런 미드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50bp도 빠르고 75bp는 진짜 빠른 것”이라며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증시가 피벗 기대감에 일시적으로 반등하고, FOMC 결과에 따라 그런 흐름을 이어가더라도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설령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공식화더라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투자심리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 핵심 포인트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공론화하고,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화하는지 여부”라며 “만약 그렇다면 최근에 나타난 기술적인 반등이 조금 더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추세 반전은 불가능하다”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의 근거가 경기 둔화, 악화인 만큼 통화정책 안도감 이후 경기 침체라는 후폭풍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실적 조합이 안도 랠리 국면으로까지 이어졌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랠리 국면이 길게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와 긴축 전망 후퇴, 그리고 실적 호조는 양립할 수 없는 명제”라며 “긴축과 경기 침체 중 하나의 위험은 대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긴축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날 미국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FOMC를 앞두고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속도 조절론에 찬물을 끼얹은 탓이다. 미국 10월 ISM 제조업지수는 예상보다 개선됐고, 9월 구인건수 역시 기대치와 전월 수치를 모두 웃돌았다. 기업들의 강한 노동 수요가 추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재차 상승했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잡히지 않은 물가나 견조한 고용지표를 감안할 때 연준 기조가 급격히 전환되긴 어렵다”며 “금리 상승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수 있는 만큼 주식 시장 내 베어마켓 랠리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지난 FOMC와 달리 이번에는 그 결과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하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선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 부양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FOMC에서도 이런 취지 등을 감안해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만한 내용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에서 금리인상 폭이 감소해도 연준은 매파적 성향을 보일 것”이라며 “피벗보다는 스텝다운(속도조절)에 가까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는 큰 특징 없이 지나갈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 측에서 소비를 조장하는 등 경기 부양 이미지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내용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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