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도 北 초유 도발…尹대통령 "분명한 대가 치르도록"

김지훈 기자 2022. 11. 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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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종합)울릉도에 첫 공습경보…"실질적 영토 침해"…軍, NLL 이북 실사격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11.02.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일 분단 이후 70년만에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날리는 초유의 도발을 감행하면서 울릉도에 사상 처음 공습경보가 울렸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31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F-35A, F-35B 스텔스 전투기 등 24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빌미로 도발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이번 도발에 대해 '실질적 영토침해'라고 규탄하며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지시했다. 공군 전투기들은 NLL 이북 공해상에 공대지 미사일 3발을 실사격하는 대응에 나섰다. 국가애도기간에 벌어진 북측의 대형 도발로 우리 군은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 사망 당시처럼 경계태세를 2단계로 격상했다.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북한이 동·서해상으로 SRBM(단거리탄도미사일)을 포함해 10발 이상 다종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북측이 오전 8시51분 동해상으로 연달아 쏜 SRBM 3발 가운데 1발이 NLL 이남 26㎞ 지점 공해상에 떨어졌다. 분단 이후 북한에서 방사포나 해안포가 NLL이남으로 날아온 적은 있지만 미사일이 넘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미사일 낙탄 지점은 강원도 속초에서 동쪽으로 57㎞, 동해 울릉도에서 서북쪽으로 167㎞ 거리 해상으로 탐지됐다.


북한 미사일이 영토처럼 우리 주권이 미치는 범위인 '영해'에 이처럼 근접하게 날아온 것도 초유의 사태다. 국제법상 육지 연안 또는 섬 주변의 끝을 판정하는 가상의 선인 '기선'(基線·Baseline)으로부터 12해리(약22km)까지가 영해로 간주된다.북한군 통수권자격인 김정은 총비서의 재가 없이는 이같은 대형 도발은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오전 9시 쯤 서울광장에 있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한 뒤 복귀해 NSC회의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는 북한이 대미 압박용 전략도발로 간주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섰던 5월25일 이후 처음으로 NSC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이번 도발의 심각성과 즉각 대응·대비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NSC 전체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군이 만반의 태세를 유지하라"며 "향후 북한의 추가적인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와 한미동맹을 흔들어 보려는 북한의 어떠한 시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번 도발이 북측의 '남남 갈등' '한미 갈등'을 유발하는 시도일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겨냥해 '다음단계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북한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0시경 한미가 북한을 겨냥해 무력을 사용할 경우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고, 탄도미사일 도발로 이어졌다.

지난 6월 평택 상공을 비행하는 공군 F-15K와 미 공군 F-16. /사진=공군 제공 영상 캡처

윤 대통령이 주재한 NSC회의는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사고로 인해 국가적 애도기간이 선포된 시기에 북한이 도발을 벌인 것은 사실상 반인륜적 행위에 가깝다는 문제 의식도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참석자들은 우리의 국가 애도기간 중 감행된 이번 도발이 인륜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북한 정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를 개탄했다"고 전했다.

NSC 위원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와 9.19 군사합의 등을 위반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방사포 및 해안포 사격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대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규탄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도 이날 '북 도발 관련 우리 군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매우 이례적이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공군 F-15K, KF-16를 투입해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정밀사격하는 대응에 나섰다. 이번에 발사한 공대지미사일 종류는 '슬램-ER'(사거리 278㎞) 등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미사일의 비행 거리에 대해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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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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