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배정 일감만 한 플랫폼 노동자, 근로시간 더 길고 수입 더 적어

최정훈 2022. 11. 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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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에서 일하는 음식 배달 노동자나 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 중 알고리즘에 의해 일감을 강제로만 배정받는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도 더 길고, 수입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플랫폼 노동자가 알고리즘이 강제로 배정하는 일감을 수행하지 않는 경우, 앱 접속을 제한받거나(45.2%), 앱에 접속할 수 있더라도 일감이 배정되지 않는(63.8%)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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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플랫폼 노동자 600명 근로자 대상 실태조사
알고리즘 강제 배정보다 자율·강제 혼합형이 일감 더 따내
10명 중 6명은 강제 배정 일감 거부 시 불이익 경험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는 음식 배달 노동자나 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 중 알고리즘에 의해 일감을 강제로만 배정받는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도 더 길고, 수입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플랫폼 노동자 10명 중 6명은 강제로 배정된 일감을 거부한 것에 대한 불이익을 경험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쿠팡이츠 본사 앞에서 파업행진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한국플랫폼프리랜서 노동공제회와 함께 2일 ‘플랫폼알고리즘 실태와 노동환경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실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플랫폼 기반의 음식배달, 대리운전, 택시, 가사노동자 600명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 알고리즘이 강제로 배정하는 일감은 플랫폼 노동자가 가장 꺼리는 수입 대비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대기시간이 긴 과업이었다. 강제 배정만 수행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하루에 평균 20.8건을 수행한 반면, 강제배정과 자율배정을 혼합해서 수행하는 경우 일 평균 22.0건을 수행해 더 많은 일감을 따낼 수 있었다.

자료=한국노총 제공
일감마다 걸리는 시간을 살펴보면 자율배정 일감의 평균 과업 소요시간은 53.3분인데 강제배정은 이보다 약 15.7분이 더 소요되는 68.9분이었다. 그 결과 음식 배달 노동자의 경우 강제배정의 월평균 총수입이 혼합배정보다 29만5000원 더 낮았다. 즉 알고리즘에 의한 강제배정이 플랫폼 노동자의 과업수행 건수는 줄이고, 과업수행 시간이 길게 만들어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하도록 만든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원은 플랫폼 기업이 자율 배정보다 강제 배정에 더 많은 일감을 할당(51.3%)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노동 일감 배정 패러다임이 자율배정에서 강제배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를 통제하고, ‘고강도-저임금’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원은 주장했다.

또 플랫폼 노동자가 알고리즘이 강제로 배정하는 일감을 수행하지 않는 경우, 앱 접속을 제한받거나(45.2%), 앱에 접속할 수 있더라도 일감이 배정되지 않는(63.8%)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플랫폼 노동자의 82.7%는 일감 배정원리와 불이익 기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설명을 들은 비중은 불과 11.8%에 그쳐 플랫폼 알고리즘의 투명성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플랫폼 노동자의 대부분은 알고리즘이 기업의 고유재산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노동자 본인의 생계와 밀접하게 연관된 알고리즘에 대해 공개가 필요(94.3%)하다고 답했다. 또 알고리즘의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오픈소스 등의 완전 공개(37.3%)보다는 원칙만 공개(57.0%)해야 한다는 비중이 높았다.

조사를 실시한 장진희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혹은 알고리즘 영역은 무법지대에 가깝다”며 “최근 알고리즘의 차별성과 편향성, 공정성과 투명성 등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지만, 여전히 관리·감독이나 책임이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플랫폼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한 법의 제정이 필요하고, 규제를 위한 독립적인 감독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료=한국노총 제공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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