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 이틀째…합동분향소·추모의 벽 등 대학가 추모 물결 [이태원 핼러윈 참사]

안병수 2022. 11. 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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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일 같지 않아요. 저는 그야말로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직장인이던 지인도 안타깝게 숨졌어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2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캠퍼스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들을 위한 임시 분향소에서 만난 재학생 박모(25)씨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사고 발생 불과 30분 전까지 머물렀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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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일 같지 않아요. 저는 그야말로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직장인이던 지인도 안타깝게 숨졌어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2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캠퍼스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들을 위한 임시 분향소에서 만난 재학생 박모(25)씨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사고 발생 불과 30분 전까지 머물렀다며 이렇게 말했다.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캠퍼스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들을 위한 임시 분향소의 모습. 이날 인파는 많지 않았으나 추모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안병수 기자
추모 공간에는 소주, 막걸리 병과 크기가 다른 수십 개의 종이컵들이 술을 머금은채 주인을 기다리듯 놓여있었다. 고려대는 대학생 1명과 대학원생 1명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들은 속속 드러나는 정부의 부실 대응에 분개했다. 오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정오 즈음 학교 후문 게시판에 몰려들었다. 지난달 31일 고려대 캠퍼스에는 ‘윤석열정부와 서울시에 책임 있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대자보를 게재한 재학생 오수진(22)씨는 “인파 몰림 행사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정부가) 아무런 대비를 안 했다. 정부에 사고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청년진보당이 학내에 설치한 ‘이태원 참사 추모의 벽’에도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는 메모지가 붙었다.

이번 참사 피해자가 주로 20·30대로 파악되면서 대학가에는 이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됐고, 대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은 교내 행사를 전면 취소하거나 축소하면서 추모 분위기를 자발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 2명과 외국인 졸업생 1명이 참사를 당한 중앙대는 대학원 건물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중앙대 측은 모든 부서에 “행사를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진행해야 하는 행사의 경우 추모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캠퍼스에서 재학생들이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는 대자보를 읽고 있다. 안병수 기자
휴학생인 이지한 배우가 사망한 동국대는 서울 중구 서울캠퍼스 정각원과 팔정도 불상 앞에 추모 분향소를 마련했다. 외국인 유학생 2명을 포함해 도합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한양대는 서울 성동구 캠퍼스 내에 분향소를 4곳 설치했다. 외국인 유학생 두 명이 숨진 서강대는 고인과 유가족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추모공간을 체육관 앞에 마련했다.

학생들은 이번 참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정부의 안전 책임을 당부했다. 한양대 재학생 최모(24)씨는 “사망자들은 잘못이 없다. 사고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데 정부가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원생 김모(30)씨는 “수업 시작 전 사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나를 포함해 주변 학생들도 심리적 충격이 크다. 사고 수습과 국민들의 안전 보장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의견을 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안병수·이정한·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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