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틀 뒤 ‘경찰청 정책자료’···동향 언급된 시민단체들 “세월호참사 ‘사찰 문건’ 보는 듯”

박하얀·신주영 기자 2022. 11. 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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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세계음식문화거리를 1일 경찰이 지키고 있다. 김창길 기자

경찰청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작성한 ‘정책 참고자료’에 참사와 관련한 시민단체들의 동향을 기술한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단체들이 “정책자료가 아니라 ‘정치 개입’ 자료”라며 반발하고 있다. 세월호참사 당시 국정원의 ‘사찰 문건’과 같다는 것이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2일 통화에서 “(취합한 정보가) 구글링(인터넷 검색)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세월호참사 당시 경찰, 국정원, 기무사가 경쟁적으로 사찰하면서 ‘순수한’ 유가족, 그렇지 못한 유가족 (나눠) 성향을 분석하고 외부 단체들의 동향을 파악했는데,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아주 점잖게 쓰였지만, 피해자들의 권리 보장을 돕기 위한 보고서라고는 절대 볼 수 없다”며 “‘세월호 공작 문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문건은) ‘문제 되지 않게 빨리 배·보상 끝내라’는 이야기인데, 유가족들에게 위로금을 받을지, 국가책임을 끝까지 물을지 검토할 시간을 주고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 위원장은 “현 정국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단체들을 타겟팅해 조사했다는 것은 세월호참사 때 박근혜 정부 문건에 ‘반정부 단체’라고 적힌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경찰은 본연의 치안 업무와 상관없는 정보를 수집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 지원이나 참사 예방, 사후 대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자체 조사·감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비판 성명을 냈다. 양이현경 여연 대표는 통화에서 “여성연합이 하지도 않은 논의이고, 경찰과 소통을 한 적도 없다. 거짓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진보적 시민단체와 정부의 책임을 거론하는 시민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정부 책임을 모면하려는 듯한 여러 동향이 담겨 있다”고 했다. 해당 문건에는 여연이 이태원 참사 사망자 중 여성이 많았던 점을 거론했다며 “당장은 ‘여성 안전’ 문제를 본격 꺼내들긴 어렵지만, 추후 여가부 폐지 등 정부의 반 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적혀 있다.

시민단체들은 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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