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워치]고공행진하는 2차전지…지하실 가는 항셍테크
BNK운용 첫 ETF 상장…운용사 23개로 증가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선 2차전지 업종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특출난 성과를 기록했다. 실적 개선 기대감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 사실상 독재체제를 완성하면서 중국과 홍콩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그에 따라 관련 ETF 수익률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증시 부진 여파로 삼성자산운용의 ETF 왕좌를 위협하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추격에도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핵심 상품인 중국 전기차 ETF의 순자산이 급감하는 게 문제다. 미래에셋운용이 몸집을 조금밖에 키우지 못한 반면 삼성운용은 코스피 200 ETF로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며 대조를 이뤘다.
날아오르는 2차전지…내리막 걷는 중국·홍콩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상장 개별 ETF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것은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로, 55%의 수익률을 올렸다.
다음으로는 'KODEX 2차전지산업'(27.1%), 'TIGER KRX2차전지K-뉴딜'(25%), 'TIGER 200IT레버리지'(24.8%), 'TIGER 2차전지테마'(23%) 순이었다.
수익률 상위권을 휩쓴 것은 대부분 2차전지 테마 ETF였다. 지난달 2차전지 업종은 외국인의 집중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대다수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2차전지 관련 기업의 경우 호실적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달 가장 부진한 성과를 보인 ETF는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로 -3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홍콩 증시의 계속된 부진으로 지난달에 이어 나쁜 성과를 나타냈다.
홍콩 증시는 지난달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독재권력 강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투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홍콩 증시의 경우 중국 본토 증시보다 외국인 주식 거래량이 많은 터라 타격이 더 크다.
베트남VS30지수를 추종하는 'ACE 베트남VN30선물블룸버그레버리지(H)'의 성과도 –30.9%에 그쳤다.
올해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에도 동결 기조를 유지해왔던 베트남중앙은행(SBV)이 인상에 동참한 탓으로 풀이된다. SBV는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전환하고 금리를 높였다.
희비 엇갈리는 삼성과 미래에셋
지난달 말 기준 ETF 시장 전체 순자산총액은 77조9285억원으로 전월 대비 2.9% 증가했다.
운용사별로 보면 삼성운용은 전월 대비 순자산을 5.6%나 늘리며 시장 점유율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2위 미래에셋운용은 0.5% 늘리는데 그쳤다. 각 운용사별 특화 ETF의 희비가 엇갈린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삼성운용의 대표 상품인 'KODEX 200TR'과 'KODEX 200'의 순자산은 각각 5097억원, 4413억원씩 늘었다. 또 효자 상품으로 떠오른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도 872억원 늘어났다.
반면 중국 증시의 계속된 부진으로 미래에셋운용의 주력 상품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순자산은 전월 대비 1395억원 감소했다.
삼성운용과 어렵게 좁혔던 격차가 다시 벌어지자 미래에셋운용은 경쟁관계에 있는 ETF 상품들을 손질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래에셋운용은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의 기초지수 산출 기준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오전과 오후 고시되는 금융투자협회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를 바탕으로 하루 두 번 지수를 산출했는데, 변경 후에는 오후 고시금리만을 활용해 안정성을 높였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는 CD 91일물 금리를 추종하는 ETF로,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다. 주로 투자자들이 파킹통장처럼 사용하는데,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수익률을 추종하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도 이와 비슷하다.
운용 기간은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이 길지만, 최근 삼성운용의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자 기초지수 산출 기준 변경을 통해 상품 매력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운용은 이와 함께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와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의 보수도 인하했다. 올 들어 달러/원 환율 급등으로 달러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달러 ETF에 자금이 유입되자 타사 ETF 대비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현재 달러 레버리지 ETF는 삼성운용, 미래에셋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3곳에서 운용하고 있다. 삼성운용과 키움운용의 달러 레버리지 ETF 총보수는 각각 0.450%, 0.640%다. 미래에셋운용의 총보수는 0.050%로, 경쟁사 대비 최대 0.59%포인트 저렴하다.
이 외에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이 순자산을 늘렸으며, 키움운용만 유일하게 순자산이 4.2% 줄었다.
BNK 새로 입성…첫 상품은 주주가치 ETF
지난달 BNK자산운용이 첫 ETF를 출시하면서 국내에서 ETF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는 23곳으로 늘어났다. BNK운용은 첫 상품으로 주주가치 제고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BNK 주주가치액티브'를 내놨다.
BNK 주주가치액티브는 배당수익률이 높으며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종목을 골라 투자한다. 다만 기존 금융주 중심의 고배당 상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금융 섹터 편입 비중을 30%로 제한한 것이 특징이다.
DB자산운용도 오랜만에 신상품을 내놨다. 지난달 25일 상장한 '마이티 다이나믹퀀트액티브'는 영업이익 성장률, 주가수익률 등 여러 퀀트 요인을 분석해 투자하는 퀀트 전략에 기반한 상품이다. DB자산운용은 퀀트 요인 외에 ESG 평가 등급도 반영해 투자 종목을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내 ETF 시장은 어땠을까? [ETF워치]가 시장 동향을 한눈에 알려드리겠습니다. 1개월 성과 상·하위 5개 종목을 파악하고 새로 출시된 주요 상품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을 키우기 위해 각축전을 펼치는 자산운용사들의 동향과 함께 투자금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편집자]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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