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發, 尹정부 ‘인사 물갈이설’ 솔솔
높아진 청문회 문턱에 장관 대신 참모 교체 가능성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태원 참사를 두고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득세하고 있다. 경찰의 '112 늑장 부실대응'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구체적인 신고 내역까지 공개되자 윤석열 대통령도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내부의 기류도 변하고 있다. 사퇴 수습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장관을 사퇴 혹은 경질한다면 '원 포인트' 인사가 아닌 '참모진 동시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를 통해 이태원 참사발(發) 국민 분노를 일부 누그러뜨리고, 국정 쇄신을 꾀할 것이란 관측이다.
'경찰국 신설' 부메랑 맞은 이상민
판사 출신인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법대 4년 후배다. 현 정부 장관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으로 경찰의 '늑장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이 탓에 '(이태원 참사가) 경찰인력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밝혔던 이 장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특히 여권 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이 장관 비판 선봉에 선 모습이다. '친윤'을 자처하는 김기현 의원은 지난달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사람이 10만 모인다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교통대책, 그리고 안전을 위해서 통행을 제한하든지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조경태 의원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장관의 발언 한마디가 논란을 빚게 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이 장관이) 책임감을 가지고 무겁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조금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들이 맡은 본연의 임무보다 정치적 대응을 먼저 생각하게 할 수 있다. 국가의 불행"이라며 "사고 수습 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이 주도한 '경찰국 신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10월29일 사고가 일어나기 4시간여 전부터 11건의 압사 우려 신고가 112로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 출동은 4건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총지휘권자로 올라선 이 장관이 책임을 피하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함으로써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지휘하고 인사권을 갖게 됐다. 즉 경찰에 대한 직접적 통제권을 행안부 장관이 가진 셈"이라면서 "경찰국 신설이 없었다면 1차적 책임을 경찰청장이 져야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모든 책임을 이 장관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높아진 청문회 벽에…장관 아닌 참모진 교체?
다만 '이태원 참사'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경찰 실무라인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 특유의 '믿고 쓰는' 인사 스타일에 변화가 없다는 관측에서다. 무엇보다 여야 관계가 틀어진 상황이다. 청문회 문턱이 높아져 장관급 후보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이에 윤 대통령이 장관을 대상으로 한 '원 포인트' 인사 대신 참모진을 동시에 교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을 받은 일부 참모진을 교체해 국정 분위기 전환을 노릴 것이란 관측에서다. 대통령실 참모의 경우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이 같은 전망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구체적인 후보군도 거론되고 있다. 우선 김대기 비서실장의 교체 가능성이 언급된다. 김 비서실장의 경우 지난 8월부터 교체설이 돌았다. 대통령 지지율이 침체된 것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다. 당시 윤 대통령은 김 비서실장 유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면서 김 실장 교체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모습이다.
이진복 정무수석의 교체설도 제기된다. 정무수석은 통상 당‧정‧대의 소통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현 정권 들어 여야 관계는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대통령 지지율에도 치명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외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도 교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강 수석은 지난 8월 폭우 당시 "비가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는가"라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김 수석은 이른바 '방미 기간 대통령 비속어 사용 의혹'과 관련해 부실 해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 영남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은 사태의 수습과 재발 방지가 우선이지 '인사가 만사'는 아닌 상황"이라며 "소위 '누군가의 목을 날리라'는 얘기는 책임만 있고 대안은 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인사는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다. (윤 대통령이) 결단만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뤄질 수 있고, 이는 꼭 사유(이태원 참사)가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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