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현장경찰에만 책임 전가”…‘이태원참사’ 후 들끓는 경찰내부

황병서 2022. 11. 2. 16: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5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로 '경찰 책임론'이 불거지자 일선 경찰들은 뒤숭숭해하는 분위기다.

112 신고 직후 초동 대응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읍참마속하겠다"며 고강도 감찰을 시사한 윤희근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 대한 반발도 커지는 형국이다.

한편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감찰을 둘러싼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감사관실도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감찰은 (현장 경찰뿐 아니라) 상·하급 기관과 지위고하를 막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선 경찰관들, ‘사기 저하’…“탈경찰해야 하나”
윤희근 경찰청장 ‘읍참마속’ 발언에 반발
“우린 슈퍼맨 아니라고 했잖느냐”
“참사현장 경찰 힘들었을텐데…도울 지혜 모으자”

[이데일리 황병서 권효중 기자] 15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로 ‘경찰 책임론’이 불거지자 일선 경찰들은 뒤숭숭해하는 분위기다. 112 신고 직후 초동 대응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읍참마속하겠다”며 고강도 감찰을 시사한 윤희근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 대한 반발도 커지는 형국이다. 일부는 “경찰에만 책임을 전가한다”, “일을 그만하고 싶다”는 등 착잡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30일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병력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2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참사 후 일선 경찰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서울에서 근무 중인 30대 경찰관 A씨는 “다들 밥도 못 먹고 차에서 자면서 일하고, 빈소에서도 지원요청이 와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지금도 고생하는 사람이 태반인데, 112신고 현장에서 제대로 처리 안 돼서 그렇다는 식으로 위에서까지 발언하면 솔직히 억울하다”고 했다. 다른 30대 경찰관 B씨는 “인력이 부족해서 27~30시간 일하고 하루 쉬고 다시 출근하는데…”라며 “집회·시위에 집중하라고 해서 집중했더니 ‘인파 많은 곳은 왜 안 갔느냐’는 식으로 현장만 나무라는 분위기에 내부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사고 관할인 서울용산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데 이어 이날은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고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또 다른 30대 경찰관 C씨는 “현장업무는 가중되는데 윗선에서는 현장 질책만 하고 있다”며 “블라인드 내부망 같은 것을 보면 ‘탈경(탈경찰)’ 희망자가 많다”고 했다. 이어 “나도 마음이라도 편하게 일을 내려놓고 싶다”고 했다.

일선 경찰들은 참사의 화살이 경찰에만 쏠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40대 경찰관 D씨는 “코로나19가 풀렸고 외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 예상 가능한데, 오히려 용산구청하고 서울시 차원에서 아무 대책이 없었다는 게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의 투표로 선택을 받은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에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이지, 파출소 직원들을 상대로 감찰에 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경찰관 E씨는 “현장에서 뛰는 경찰이지만 사실 어느 누가 그 골목에서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 내부 인트라망에선 격한 표현의 반발도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윤희근 청장을 향한 원성이 높았다. 한 작성자는 “현잘 출동나가고 정신 없었을 경찰관들에 고강도 감찰?”이라며 “경찰만능주의에서 탈피하겠다더니 ‘경찰 무한책임’을 공표했다”고 비꼬았다. 다른 이는 “취임사에서 ‘우린 슈퍼맨이 아니다’라고 하셨잖느냐, 현장근무자는 슈퍼맨이 아니다”라며 “현장에 책임 전가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현장 출동한 경찰들을 위로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글쓴이는 “참사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 응원의 힘을 보내야 한다”며 “트라우마에 시달릴텐데, 어떻게든 도울 방법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다른 이도 “용산서 직원들도 피해자들 못지 않게 사람으로서 정신적, 육체적 충격이 클텐데 왜 그들이 감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썼다.

한편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감찰을 둘러싼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파출소 직원을 표적 감찰하지 말라”는 민관기 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의 요구에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직협 측이 전했다. 감사관실도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감찰은 (현장 경찰뿐 아니라) 상·하급 기관과 지위고하를 막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