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길 왜 갔냐"는 희생자 조롱…'23년전 인천'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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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핼러윈을 즐기려는 인파가 몰려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일각에서 희생자와 부상자 등에 대한 무책임한 비난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피해자 탓'은 23년 전인 1999년 10월 30일,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 당시와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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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 본질과 무관한 주장…23년 전에도 2차 가해
시대 변하며 공감대 못얻어…"일부의 천박한 인식“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지난달 29일 핼러윈을 즐기려는 인파가 몰려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일각에서 희생자와 부상자 등에 대한 무책임한 비난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피해자 탓’은 23년 전인 1999년 10월 30일,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 당시와 거의 비슷하다. 당시에도 희생자 및 부상자 다수가 고등학생이라는 점을 들어 “고등학생들이 왜 술집에 갔느냐”는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인신공격이 한동안 이어졌다. 유족들은 단순히 10대의 어린 자녀가 참사를 당한 장소가 ‘호프집’이라는 이유로 일각의 냉혹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시 현장에서 변을 당한 고교생 대부분은 인근 고등학교에서 축제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러 왔거나 친구의 생일 파티를 위해 호프집을 찾은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 그들은, 업주가 폐쇄명령을 받은 가게 영업을 위해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전단지를 돌릴 정도로 뻔뻔한 불법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그 뒷거래엔 정작 관심을 두지 않았다.
참사의 본질과 무관한 피해자들에 대한 이 같은 어이없는 비난이 계속되자 결국 피해자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이 “내 친구는 날라리가 아니다”는 내용의 성명을 계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명은 당시 교육당국의 방해로 발표되지 못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의 일각의 반응도 그때와 거의 비슷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의 주요 명소인 ‘이태원’을 찾았다는 이유로 피해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누가 거기에 가라고 했느냐”는 게 이 같은 주장의 핵심이다. 즉 일반 시민이 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걷다가 발생한 사고를 왜 정부가 보상해주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정치권의 책임 소재 부각과 맞물리며 더 확산하는 모양새다. 즉 정치적 함의가 담긴 주장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23년 전과 달리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큰 공감대도 얻지 못한다. 한 경찰관은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주장은 온라인 외에서 본 적이 없다”며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 온라인의 특징을 반영한 것뿐이다.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희생자들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이 같은 주장은 법적으로도 옳지 않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다. 그 같은 논리면 왜 국가가 살인 등의 범죄피해자에게 생계비 등을 지원하나”라며 “천박한 인식을 드러내는 악성 댓글에 불과한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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