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당할 것 같아요" 신고에도 뒷짐 진 경찰…검찰 수사 가능성은

김효정 기자, 정경훈 기자 2022. 11. 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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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현장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추모를 하고 있다. 2022.1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사고 가능성을 경고한 신고가 여러차례 접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특별감찰팀을 편성한 상황이지만 검찰이 경찰공무원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어 검찰의 수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사고 당일 경찰이 접수한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최초 신고는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에 접수됐으며 신고자는 "압사당할 것 같으니 통제해 달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이 신고를 시작으로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졌다", "대형사고 나기 일보 전"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의 신고가 총 11건 접수됐다. '압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신고한 경우도 6건이다.

사고 직전인 오후 10시 11분까지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다. 심지어 중요 사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찰청은 참사 발생 신고가 접수된지 1시간 47분이 지나서야 이를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가능성을 알리는 11건의 신고는 보고되지도 않았다.

경찰 대응이 참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지만 수사권이 경찰에만 있어 셀프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9월 초까지 대형 참사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주요범죄에 속했지만,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시행되면서 제외됐다. 경찰이 사건을 수사한 후 검찰에 송치했을 경우 보완수사만 가능하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찰에 수사권이 있었다면 바로 유관기관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을 것"이라며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부터 세월호 참사 등 다양한 수사 경험으로 터득한 수사 노하우가 있는데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이태원 압사사고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이날 현재 사망 151명, 중상 19명, 경상 63명이다. 2022.10.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만 경찰의 부실 대응에 한해서는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 현행 검찰청법에 따라 경찰공무원의 범죄는 종류에 관계없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청 신고 접수 녹취록을 토대로 경찰의 부실 대응에 직무유기 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대검찰청이 사고대책본부(본부장 황병주 형사부장)를 꾸려 관련 법리를 검토 중인 만큼 경찰에 대한 수사도 검토 후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당장은 불가능하다.형사소송법상 동일한 사건에서 경찰이 먼저 영장을 신청했다면 검찰은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를 포함한 사고 관련 장소 8곳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끝난 후에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경찰의 감찰과 수사가 이뤄지고 결과가 넘어와야 검찰이 움직일 수 있는 구조인데, 이게 맞는 시스템인지 의문"이라며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것에 국민들의 불신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송치가 늦게 돼서 지난 일이 돼 버리는 것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보고와 대응 체계 전반을 들여다 봐야 하는데 일선의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추궁하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고도 했다.

참사와 경찰 대응을 분리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수사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현직 부장검사는 "대형 참사는 사건 자체를 먼저 수사해 원인을 파악하면서 그 과정에서 경찰이나 관련자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봐야 한다"며 "경찰의 직무유기나 업무상과실만 떼어놓고 조사하면 정확한 수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경찰 신고 녹취록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엄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법 개정으로 검찰 직접 수사 개시 부분에서 대형참사가 빠지게 됐다. 검찰이 경찰의 범죄를 수사할 수는 있지만 참사의 범위가 넓어 검찰이 수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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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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