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사상최악 적자에도… 한전공대에 711억 출연 확정
설립비 3500억원 더 내야
최대 ‘40조 적자’ 예고에
가스가격 급등 우려에도
대학 출연 방침은 고수
“비용 부담, 결국 국민 몫”
설립비 3500억원 더 내야
최대 ‘40조 적자’ 예고에
가스가격 급등 우려에도
대학 출연 방침은 고수
“비용 부담, 결국 국민 몫”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이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일명 한전공대) 설립·운영을 위해 올해 700억원 이상을 출연하기로 확정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는 설립비 명목으로 약 3500억원을 더 내야 한다.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올해 최대 40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연료비 등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까지 발행하는 상황이어서 관련 법에 근거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한전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 및 그룹사 11곳은 지난달 말 각각 이사회를 열고 올해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설립·운영을 위한 출연액을 확정했다. 11곳의 올해 출연액은 총 711억2000만원이다.
회사별로는 한전이 306억5600만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수력원자력 6개 발전자회사가 각 56억2000만원, 한전KPS·한전KDN이 각 22억4800만원, 한전기술·한전원자력원료가 각 11억2400만원이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은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추진됐다. 설립·운영 자금은 2019년 말 체결한 협약에 따라 한전이 절반 이상을 대고 지자체와 정부, 대학 등이 분담하도록 돼 있다.
앞서 한전 및 그룹사는 2020년 6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412억8000만원을 운영비 및 설립비 명목으로 출연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추가로 내야 할 설립비 추산액은 345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운영비도 추가로 든다. 운영비는 정부 및 대학 예산에 따라 추후 정해진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다 보니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전과 그룹사가 지는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올해 최대 영업손실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료비 급격히 올랐지만 이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손실이 쌓인 것이다. 지난 4월과 10월에 전기요금을 잇달아 인상했지만 여전히 ‘팔수록 손해’인 구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그룹사 고위관계자는 “올해 전기요금을 올렸고 내년에도 추가로 올린다고는 하나, 물가 등을 고려하면 계속해서 요금을 올리기는 어렵다”며 “회사채를 찍으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수백억원씩 출연하는 게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전기요금으로 대학을 세우는 셈”이라며 “국민들에게 비용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향후 상황에 따라선 한전의 연료비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우선, 올 겨울 예상보다 강추위가 오면 전력 수요는 증가하게 된다.
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접고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면 가스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가스 수요가 줄자 남는 가스를 유럽 지역으로 보내왔다. 즉, 중국 내 가스 수요가 늘면 전 세계 가스 수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한전은 지난 8월 경영난 해소를 위해 보유 부동산과 지분 등을 매각하고 사업을 조정하는 등의 방안 등을 담은 재정 건전화 계획을 세웠다.
연료비 절감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석탄발전 가동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한국에너지공과대학에 대한 지원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한전 상황이 어려워 대학 지원에 대한 지적을 받았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학교 운영에 차질이 없으면서 최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출연 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한전의 대학 지원은 이익이 많으면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적자가 큰 상황에선 생살을 도려내는 것”이라며 “한전의 부담을 줄인다 해도 결국에는 한전 지원 없이 자립할 수 있어야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교수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인근에 광주과학기술원(GIST)이라는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교가 있는데도 한전뿐 아니라 전략산업기반기금과 지자체 예산까지 투입하는 건 문제”라며 “2009년 정보통신부가 산하에 한국정보통신대학(ICU)을 설립한 뒤 같은 지역(대전)에 소재한 카이스트와 기능이 겹쳐 통합한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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