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덜덜, 불면증까지…인스타 앱 지웠어요” ‘트라우마’ 주의보

2022. 11. 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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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접한 이태원 참사 게시글 때문이다.

최 씨는 "평소처럼 유튜브 쇼츠를 넘겨 보다가 식겁했다"며 "참사 현장 영상을 절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원치 않게 보게 된 후로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SNS에 퍼지고 있는 이태원 참사 현장 관련 사진 및 영상에 대해 플랫폼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필터링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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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최성빈(23·가명) 씨는 며칠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SNS를 통해 접한 이태원 참사 게시글 때문이다. 최 씨는 “평소처럼 유튜브 쇼츠를 넘겨 보다가 식겁했다”며 “참사 현장 영상을 절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원치 않게 보게 된 후로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접할 수 있는 이태원 참사 게시글에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숏폼을 통해 적나라한 영상과 사진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알고리즘으로는 전면 필터링이 불가능하다. 전국민 트라우마 우려에 SNS 사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SNS에 퍼지고 있는 이태원 참사 현장 관련 사진 및 영상에 대해 플랫폼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필터링을 요청했다. 방심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3시 기준 이태원 참사 관련 자극적인 현장 영상과 사진 노출로 접수된 민원 누적 건수는 70건으로 집계됐다. 방심위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삭제 및 접속차단에 나서고 있다.

인스타그램 숏폼 서비스 '릴스' 예시화면 [메타 인스타그램]

그러나 여전히 SNS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영상과 사진이 수두룩하다. 특히,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으로 대표되는 숏폼(1분 내 짧은 동영상) 내 현황이 심각하다.

숏폼 콘텐츠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영상을 시청한다. 이 다음에 어떤 영상이 나오게 될지 알 수 없는 구조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평소처럼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다 원치 않게 이태원 참사 영상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참사와 연관된 사진 및 영상을 필터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SNS 플랫폼의 필터링 기술은 성착취물 등 음란물 및 저작권 위반 영상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충격적이라는 이유로 특정 사고 현장 관련 게시글을 걸러내는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글을 걸러내는 방식도 특정 태그가 없을 경우 실효성이 없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용자들 스스로 당분간 SNS 사용을 줄이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현장을 보지 않았더라도 SNS, 뉴스 등 간접체험으로 충분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수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고 관련 영상이 무분별하게 퍼지며 전국민 ‘트라우마’가 우려된다. 미디어 접촉을 줄이고 일부러 관련 게시글을 접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우리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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