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화된 '유사제복착용 금지'가 참사 키웠다…"코스프레도 처벌해야"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사고 대응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로 '경찰 코스프레'가 언급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일반인의 경찰 제복 착용과 판매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는 만큼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경찰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이 경찰 제복이나 유사한 옷을 입으면 처벌받는다. 경찰제복장비법 제9조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이 경찰 제복과 장비 또는 유사 경찰 제복·장비를 착용하거나 휴대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실제로 징역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A씨는 2017년 9월 창원시에서 3차례에 걸쳐 유사 경찰 제복 상의를 입고 가짜 경찰 흉장을 붙인 채 경찰 행세를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7년 9월14일 한 PC방에 들어가 종업원에게 "순찰 중인데 한 번 둘러볼게요"라며 내부를 살피고, 손님들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 요구했다. 손님들은 경찰관이 불시검문을 한다고 믿었다. 4일 후에도 같은 PC방에서 종업원에게 "저 밖에 담배를 피우는 구역이 맞냐?"며 "테라스는 금연 구역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26일에는 커피숍 종업원과 주점 업주에게 "경찰입니다. 혹시 여자 화장실에 남자들이 자주 들어가고 하느냐"며 경찰을 사칭했다. A씨가 착용한 옷은 외관상 경찰 제복과 구별할 수 없는 가짜 제복이었다.
A씨는 이듬해 창원지법에서 공무원자격사칭, 경찰제복장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전에도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많고, 누범기간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판매자 역시 처벌 대상이다. 경찰제복장비법 제8조는 일반인을 위해 경찰 제복 또는 유사 경찰 제복이나 장비를 제조하거나 판매, 대여한 사람도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법이 시행된 지 7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A씨와 B씨처럼 경찰제복장비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적극적인 단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온·오프라인에서는 유사 경찰 제복과 소품이 등이 판매되고 있다. 2일 포털 온라인쇼핑 코너에서 '경찰복'을 검색한 결과 경찰 제복과 소품 등 2만1559개의 상품이 나왔다. 가격은 9000원대에서 40만원까지 다양하다.
법조계에서는 추후 일어날 사고를 대비해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사 출신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리움)는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온·오프라인에서 버젓이 대놓고 유사 경찰 제복이 유통되고 있었다는 건 사실상 단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수사기관이 경찰 제복 불법 판매 업체와 제조업체 등을 추적해 단속에 나섰어야 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이태원 사고로 많은 지적이 있었고, 경찰 제복과 관련된 문제이니 앞으로 경찰에서 전방위적인 단속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방관과 군인 코스프레도 처벌 대상이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자격이 없으면서 법령에 따라 정해진 제복, 훈장, 기장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사용한 사람은 관명 사칭에 해당해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의 대상이 된다. 군복단속법 제9조에 따르면 군인이 아닌 일반인이 군복이나 유사 군복, 군용장구를 사용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대상이 된다. 같은 법 제8조는 일반인을 위해 군복 또는 유사 군복이나 장비를 제조·판매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한다.
하지만 역시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다. 서울지역의 한 현직 판사는 "현실적으로 단속에 걸리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법정까지 와서 실형을 받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법이 집행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간 단속에 소극적이라 유명무실한 법이었으니 적극적인 단속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 개정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윤희 변호사(법무법인 래안)는 "이미 많은 사람이 경각심 없이 제복을 판매하고 착용해왔기 때문에 빠른 개선이 필요한데, 포상금제를 활용해 국민들의 자발적 신고를 기대해볼 수 있다"며 "과거 불법 주차에 대한 인식을 국민신문고 등 제도로 개선했던 것처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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