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의 기적’ 심폐소생술··· 고교 99% 가르치지만 10명 중 1명만 숙지[이태원 핼러윈 참사]

남지원 기자 2022. 11. 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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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로윈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구급대원은 물론 시민들까지 심폐소생술(CPR)로 생명을 살리면서 더 큰 비극을 막았다는 사연이 속속 알려졌다. 심정지 상태가 되면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는데, 4분 안에 심장을 강하게 압박해 혈액을 순환 시켜 주면 뇌 손상을 지연 시켜 생존율이 최고 3.3배까지 올라간다.

2014년부터 유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CPR 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절차와 방법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응급처치 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 ‘응급처치 교육 실태조사’를 보면 고교 재학 중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대학생 163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심정지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 순서와 CPR 방법,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응답자는 19명(11.7%)에 불과했다. 응급처치 순서를 숙지한 비율은 56.4%였고 CPR 방법을 숙지한 비율은 73.6%, AED 사용법을 알고 있는 비율은 24.5%였다.

학교 응급처치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교육 횟수와 실습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 중 93.8%가 AED 실습 확대를, 90.1%는 CPR 실습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육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답도 52.1%에 달했다.

CPR을 포함한 응급처치법 교육은 2013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이듬해 유초중고 모든 학생과 교직원에게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CPR 시행법 등 응급처치법이 중·고등학교 보건교과에 포함돼 있고, 고등학교 응급처치 교육 실시율은 2019년 기준 99.8%에 달한다.

교직원 대상 교육은 매년 이론·실습 교육을 각각 2시간씩 실시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된 반면 학생 대상 교육은 교육주기와 내용 등에 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초등학교는 보건교과가 없고, 중·고교는 선택과목이라 일선 학교에서는 체육 등 다른 교과 시간을 활용해 안전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응급처치법 교육을 주로 담당하는 보건교사들이 교과교사가 아닌 비교과교사이고, 학생 처치와 방역업무 등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어 충실한 수업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영국과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등은 12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CPR 교육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며, 독일·스위스 등은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 이수해야 한다. 미국은 39개 주가 고등학교 졸업 자격요건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교육 당국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관련 교육을 내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31일 서울시교육청 앞 합동분향소에서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 등 안전 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방안을 이번 기회에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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