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3명 중 2명이 여성, 신체적 취약성만이 이유일까[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선희 기자 2022. 11. 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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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2일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 사망자 156명 중 101명(64.7%)이 여성이었다. 폭이 4m 내외인 골목길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남성보다 체구가 작고 폐활량이 적은 여성들의 피해가 컸다.

과거에도 재난이 발생하면 여성 사망자가 더 많았다.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502명이 숨졌는데, 여성이 396명(78.9%)이었다. 2003년2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에선 사망자 186명 중 125명(67.2%)이 여성이었다. 유엔(UN)은 자연재해, 인적재해 모두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신체적 취약성이 꼽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젠더 관점’에서 여성에게 재난 관련 정보습득이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6년 9월 발표한 ‘재난유형별 여성 안전교육 매뉴얼 개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생물학적·신체적 부분뿐 아니라 가족돌봄 등 전통적 젠더역할과 규범에 따른 사회경제적 위치와 자원 등도 남성보다 취약하다.

연구를 보면 19세 이상 성인(2025명) 중 ‘나는 언제든지 재난이나 안전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여성 1인 가구’는 84.7%가 동의했다.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응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성 1인가구의 10.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 1인가구는 33.4%였다.

사회경제적 지위나 역할 고착화 등으로 교육과 훈련, 경험을 얻을 기회가 부족한 여성은 재난에 취약해진다. 연구진은 ‘젠더 관점’에서 재난관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를 진행한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여성은 전통적 젠더 역할과 규범으로 인해 남성보다 재난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들은 안전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적절한 안전교육훈련 프로그램과 기회를 마련해 제공할 필요가 있고, 재난재해로부터 안전에 관한 교육훈련과 참여경험을 의무화하고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2016년 초 재난과 관련해 ‘생애주기별 안전교육 지도’를 개발했다. 이 지도는 영유아, 아동, 청소년, 청년, 성인, 노인 총 6가지 생애주기에 따라 습득하고 익혀야 할 안전교육을 제시한다. 여성에 대한 별도 교육은 없다.

여성가족부는 2016년 12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 내용을 기반으로 ‘재난유형별 여성 안전교육 매뉴얼’을 만들었다. 자연재난과 생활안전, 화재·에너지 안전 및 교통안전 분야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매뉴얼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까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담당기구가 없다 보니 매뉴얼만 만들어 놓은 데 그쳤다. 장 연구위원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제정 당시 ‘안전취약계층’에 여성을 넣으려고 했는데 논란 끝에 빠졌다”며 “재난 취약층에 노출된 여성의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매뉴얼 재정립, 위기대응체계 구축 등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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