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 살처분’이 부른 덴마크 총선…현 총리, 과반 확보 성공
1일(현지시간) 치러진 덴마크 총선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현 총리가 이끄는 좌파 연합이 간발의 차이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밍크 살처분’ 논란으로 위기에 몰렸던 프레데릭센 총리는 국민의 재신임을 받아 새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AFP·AP통신 등에 따르면 사회민주당(사민당)과 사회주의인민당, 적녹동맹으로 이뤄진 좌파 연합은 이날 개표 결과 총 179개 의석 중 90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사민당 소속의 프레데릭센 총리는 새로운 정부를 다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좌파 연합은 개표 초반까지는 불안한 선두를 달리며 과반 의석 확보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종적으로는 덴마크 본토에서 87석, 해외 자치령인 페로제도와 그린란드에서 3석을 확보해 과반 의석을 간신히 확보할 수 있었다. 좌파 연합에 맞섰던 우파 연합은 덴마크 본토에서 72석, 페로 제도 1석을 얻어 총 73석을 얻는데 그쳤다.
좌파 연합 중에서도 프레데릭센 총리가 소속된 사민당은 27.5%의 득표율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2019년 선거 때보다 2석 늘어난 성적이다. 그는 개표 뒤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사민당이 20년 만에 최고의 선거를 치렀다”며 기쁨을 전했다.
덴마크의 이번 총선은 ‘밍크 살처분’으로 촉발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적절한 대응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으나, 2020년 국내 밍크 농장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자 밍크 1700만 마리를 살처분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됐다. 의회에선 정부의 밍크 살처분 결정은 법적 근거가 부족했고, 유럽 최대 모피 수출국인 덴마크의 모피 산업을 황폐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논란으로 프레데릭센 총리는 원래 예정된 퇴임을 7개월 앞두고 조기 총선 실시를 결정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국제적인 불확실성의 시기에 정치적인 통합이 필요하다며 전통적인 좌우 진영을 넘어선 광범위한 연정을 옹호하는 입장을 그동안 밝혀온 바 있다. 이에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 성향의 비동맹 신당과 거국 내각을 꾸릴지도 주목된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그간 좌파와 우파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며, 이번 선거에선 총 16석을 차지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새 정부 구성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3일 사직서를 내고 새 정부 구성을 위해 다른 당들과 협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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