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임박" 사우디, 美에 첩보 공유···美 "행동 주저않을 것" 경고

이태규 기자 2022. 11. 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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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역사적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려 한다는 첩보를 사우디 측이 입수했다.

사우디와 정보를 공유한 미국은 "이란이 (사우디를) 공격한다면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의 사우디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사우디가 미국에 전달했으며 미국과 중동 국가들이 군의 위기 대응 태세를 격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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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요동치는 ‘화약고’ 중동]
이란, 시위 사태서 눈 돌리려
앙숙 사우디 공격 가능성 커
美·중동, 위기대응 수준 격상
지정학적 리스크에 유가 상승
美 국무부 "사우디와 계속 소통"
파국 직전 양국관계 개선 관심도
1일(현지 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 진압대가 문이 닫힌 쇼핑몰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9월부터 거센 반정부 시위가 계속돼왔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이란이 ‘역사적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려 한다는 첩보를 사우디 측이 입수했다. 사우디와 정보를 공유한 미국은 “이란이 (사우디를) 공격한다면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 정세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의 사우디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사우디가 미국에 전달했으며 미국과 중동 국가들이 군의 위기 대응 태세를 격상했다”고 전했다. 복수의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국내에서 발생한 시위의 주의를 분산하기 위해 사우디와 이라크 에르빌 지역을 공격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아 경찰에 체포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사한 뒤 이란 전국 각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날로 격화하고 있다. CNN도 미국 관료를 인용해 “이란이 중동, 특히 사우디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정보를 미국과 사우디가 공유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진 설명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보도 내용을 확인하며 이란이 공격을 감행할 경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위험한 현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군·외교·정보 채널을 통해 사우디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서 미국과 파트너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슬람의 두 종파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은 중동의 오랜 앙숙이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사우디가 이라크를 지원하면서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던 양국은 1991년 관계를 복원했지만 2016년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 등 47명을 처형하며 상황이 다시 얼어붙었다. 양국은 같은 해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사우디 대사관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을 계기로 곧바로 국교를 단절했고 최근 수 년 동안 이란의 후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반군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석유 시설을 공격해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이란 내 시위가 격화하자 이란 정부는 사우디와 미국 등이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며 화살을 돌리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지난달 사우디를 향해 ‘이란인터내셔널’ 등 위성 뉴스 채널로 이란 시위 상황을 보도하지 말라면서 “이번이 마지막 경고”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란인들을 겨냥해 뉴스를 제작하는 이란인터내셔널은 2017년 런던에서 설립된 매체로 사우디 왕실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과 이란을 배후로 둔 후티반군 간 휴전이 지난달 만료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 고조가 예고된 상태다.

이란의 사우디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계기로 최근 악화했던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개선될지도 주목된다. 지난달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하자 백악관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란의 사우디 공격 가능성이 짙어지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자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4달러(2.13%) 오른 배럴당 88.37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도 1.98% 상승한 배럴당 94.65달러에 마감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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