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상승세 vs 경기 둔화·금융 불안…한은, 긴축 속도 고민 깊어져
한은 통화긴축 지속 전망되나 문제는 인상 속도
경기 둔화, 단기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지적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를 기록해 석 달 만에 상승폭을 키운 데 이어 근원물가는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11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에선 경기둔화 우려와 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우려가 번지고 있어 한은의 통화 긴축 강도에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근원물가는 계속해서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4.2%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2월(4.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이후 11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4.8% 올라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석유류 오름폭은 축소됐으나 가공식품 오름세 확대,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이다.
가공식품 등 근원물가가 꺾이지 않은데다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3%로 석 달 만에 상승폭을 키우고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5%대 물가상승률, 4%대 기대인플레이션율의 환경에선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왔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해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일단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월 수출이 전년 대비 5.7% 감소해 2년 만에 역성장으로 전환된데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2.0%)을 밑돌 것이란 우려도 크다. 이 부총재 역시 “향후 물가 전망 경로 상에는 고환율 지속,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에 따른 상방 리스크가 있지만 국내외 경기 하방압력 증대 등에 따른 하방 리스크도 혼재해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간 이견도 커지고 있다. 10월 빅스텝에 찬성한 금통위원들은 경기가 견딜만한 수준이라 물가,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한 주상영, 신성환 위원은 경기 둔화를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도 조절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한은이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당초 시장이 예상한 최종금리 수준(3.5%)까지 긴축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씨티그룹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이번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3.0%에서 동결할 가능성을 언급했고, 노무라 증권 역시 한은이 예상보다 빨리 정책 기조 전환에 나설 수 있다고 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한은이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경기둔화에 따른 물가 하방 위험을 언급한 것은 긴축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확인해봐야 더 확실해지겠지만, 이번 달 한은 금통위에선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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