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조연이었던 이들이 키움에서 주역으로 피어납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는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활약을 볼 수 있다. 특히 올해에는 이전 소속팀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적생’들이 키움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SSG와의 경기에서 역전 홈런과 결승타를 뽑아낸 전병우(30)는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운 선수였다.
개성고-동아대를 졸업한 전병우는 2015년 2차 3라운드 28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고, 2016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문제를 해결했다. 제대 후 2018시즌 후반기에 27경기에서 타율 0.365 3홈런 13타점 등으로 가능성을 보였으나 2019시즌에는 허리 부상 등으로 29경기 타율 0.098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2020년 4월 추재현의 트레이드 카드로 좌완 투수 차재용과 함께 키움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020시즌 119경기를 뛴 전병우는 지난해 115경기, 올해 115경기를 뛰면서 보다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점차 백업으로 밀려났고 가을야구에서도 주로 대타 자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전병우는 처음 밟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정규시즌 타율은 0.203에 불과했지만 대타 타율 0.250을 기록했던 전병우는 자신의 강점인 장타를 자랑했다. 1차전에서 4-5로 뒤진 9회에는 역전 2점 홈런을 쳤고, 연장 10회에서는 2사 1·2루의 찬스를 살려 결승타를 쳤다. 이날만큼은 전병우가 주인공이었다.
키움 김태진(27)도 이날 경기의 승리에 기여한 선수 중 하나다. 2-3으로 뒤처진 6회 초 2사 1루에서 중견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뽑아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고 후속타자 이지영의 적시타 때 득점까지 올렸다.
신일고를 졸업한 뒤 2014년 NC의 지명을 받은 김태진은 2015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02를 기록하며 타격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NC 내야진의 경쟁이 워낙 치열한 탓에 외야 수비까지 겸해야 간신히 1군에 있을 수 있었다. 결국 2020년에는 불펜 투수가 필요했던 NC가 그를 KIA로 트레이드 카드로 보냈다. 전 소속팀의 통합 우승을 바라봐야했던 김태진은 올해에도 다시 트레이드로 키움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그리고 키움에서 비로소 주전으로 자리잡아 첫 가을야구를 맞이했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 타율 0.200에 불과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4경기 타율 0.357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그리고 가장 큰 가을무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준완 역시 아픔이 많다. 장충고-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고려대 시절 야구부 주장을 맡았을 정도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육성 선수로 2013년 NC 유니폼을 입었다. 2016년 122경기, 2017년 104경기 등 주전으로 자리를 굳혀갈 때 상무에 입단했고 돌아온 뒤에는 계속 백업으로만 뛰었다. 지난 시즌에는 단 13경기만 1군에 머무른 그는 방출 통보를 받으며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
이런 그에게 다시 손을 내민 팀이 키움이다. 김준완은 ‘기회의 땅’인 키움에서 외야의 한 축을 맡았다. 수비가 중요한 가을야구에서도 외야를 지키고 있다. “키움에 감사한 마음 뿐”이라는 그는 팀을 가을야구의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기 위해 그라운드를 누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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