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밥 한끼 먹여야 할 것 아니요”…제사상 차린 상인, 저지하던 경찰도 울었다

지난 29일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현장에 제삿상을 차린 인근 상인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PD수첩 유튜브 캡처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상인 A씨가 차린 제삿상. PD수첩 유튜브 캡처

흐느끼는 이태원 상인 A씨와 다독이는 경찰의 모습. PD수첩 유튜브 캡처

이태원 상인 A씨가 저지하는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PD수첩 유튜브 캡처

경찰들이 A씨가 차린 재삿상을 치우려고 하자 A씨가 항의하고 있다. PD수첩 유튜브 캡처

“애들한테 밥 한 끼 먹여야 할 것 아니에요. 저기는 놔둬요.”

지난달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참사 당시 많은 시민을 구한 인근 상인이 현장에 제사상을 차리고 오열했다. 사고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이 상을 치우려 했지만 결국 함께 눈물을 흘렸다.

1일 이태원 참사에 대해 다룬 MBC ‘PD수첩’은 방송 말미 참사가 벌어진 골목에 제사상을 차리는 상인의 모습을 비췄다. 해당 골목의 한 상점에서 쟁반에 초 2개와 국과 밥, 배와 감 등으로 상을 차려 나온 중년 남성 A씨는 골목 한가운데 돗자리를 폈다.

돗자리에 자신이 차려온 제사상을 올려둔 A씨는 신발을 벗고 절을 올린 뒤 한참 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흐느끼듯 어깨를 들썩였다.

골목을 통제 중인 경찰은 A씨의 이러한 행동을 제지했다. 그러자 A씨는 “이러시면 안 돼요. 이거는 봐줘야 해”라며 “여기는 현장이다, 현장. 현장이니까 애들에게 밥 한 끼 먹여야 될 것 아니에요”라고 항의했다. 경찰 여러 명이 나서 그가 차린 제사상을 치우려고 하자, A씨는 “그러지 마세요. 저기(제사상)는 놔둬요. 손도 대지 마라”며 울부짖었다.

실랑이 끝에 결국 경찰도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은 자리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우는 A씨의 어깨를 다독이고 위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참사 당일 가게 문을 개방해 많은 부상자를 구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그의 눈앞에서 숨을 거뒀다. 영상을 본 한 네티즌은 A씨에 대해 “평소에도 친절하고 멋있었던 신발가게 사장님”이라며 “사건 당일 맨발이었던 많은 사람에게 신발까지 나눠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본 광경으로 힘드실 텐데 마음 잘 추스르시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일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6명, 부상자 172명 등 총 328명이라고 밝혔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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