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영국밴드 콜드플레이는 왜 이란 노래를 불렀나?

우수경 2022. 11. 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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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영국의 유명 록 밴드 콜드플레이는 지난달 28일 이 곳에서 월드투어를 하던 중 이란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를 무대 위로 초청했습니다.

"이 곡은 파르시(Farsi, 페르시아어) 가사여서 잘 부를수는 없지만, 사랑과 지지를 담아 이란으로 보낸다"고 입을 연 콜드플레이는 현재 이란의 시위곡으로 불리는 '바라예(Baraye)'를 연주했고, 파라하니는 애절함을 담아 노래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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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예(Baraye)’를 부르고 있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와 이란 출신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유튜브)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영국의 유명 록 밴드 콜드플레이는 지난달 28일 이 곳에서 월드투어를 하던 중 이란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를 무대 위로 초청했습니다.

"이 곡은 파르시(Farsi, 페르시아어) 가사여서 잘 부를수는 없지만, 사랑과 지지를 담아 이란으로 보낸다"고 입을 연 콜드플레이는 현재 이란의 시위곡으로 불리는 '바라예(Baraye)'를 연주했고, 파라하니는 애절함을 담아 노래 불렀습니다.

'바라예'는 이란의 가장 유명한 가수 가운데 하나인 셰르빈 하지푸르가 쓴 곡으로 '~를 위하여' 또는 '~때문에'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문구들을 가사에 인용했습니다. 입소문을 타게 된 이 곡은 시위에서 많이 불려 이란의 시위곡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가사 중 '여성, 생명, 자유'는 시위 구호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For dancing in the street (거리에서 춤출 수 있기를)
Because of being afraid of kissing (키스할 때마다 두렵기 때문에)
For my sister, your sister, our sister (나의, 당신의, 우리의 여자 형제들을 위해)
(중략)
For the girl who wished she was a boy (소년이 되기를 원하는 소녀를 위해)
For woman, life, freedom (여성, 생명, 자유를 위해)
For freedom (자유를 위해)

이 곡이 시위 현장에서 계속 들리자 하지푸르는 체포됐고, 곡은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이란 밖 다른 국가에서 열린 연대 시위에서도 이 노래는 계속 불리며 공유됐고, 이번에 콜드플레이가 콘서트에서 공개적으로 부르면서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당시 콜드플레이의 공연은 80여 개 국으로 실시간 스트리밍되고 있었습니다.

함께 한 이란 여배우 파라하니는 프랑스에서 상반신을 노출했다는 이유로 조국인 이란에서 영구 추방된 뒤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활동하며 이란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터라 이번 공연은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이란 시위곡으로 불리는 ‘바라예(Baraye)’를 쓴 이란 가수 셰르빈 하지푸르의 모습 (AFP)


■ 7주째 반정부 시위 이어져 ...인터넷 차단·언론인 체포

현재 이란에서는 7주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히잡 시위'로 불리던 시위는 전국 각지의 대학들이 중심이 되어 반정부 시위로 번졌습니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에 발포하거나 체포하는 식으로 강경대응하고 있고, 인터넷을 차단해 이란 내 소식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SNS는 대부분 차단됐고, 전화 또한 연결이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시위와는 달리 사진이나 영상이 많이 공유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언론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란 시위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조사받던 중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이 발단이 됐는데 이 소식을 보도한 언론인 2명을 미국 스파이라고 규정하고 체포했습니다. 이란 정보부와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여성 언론인 닐루파르 하메디와 엘라헤 모하마디를 미국중앙정보국(CIA)요원이라며 이들이 외국 언론의 주요 뉴스 출처라고 비판했습니다.

AFP는 300명 이상의 이란 언론인이 이들의 구금을 규탄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고 전했고, 언론인 20명 이상이 구금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40일째를 맞아 아미니의 고향에 모인 시위대 모습(AFP)


■ 이란혁명수비대, 최후 통첩…대대적 사법 절차 예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시위대를 향해 '최후통첩'을 날렸습니다.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은 지난달 29일 "시위가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며 "오늘이 마지막 시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사법 절차도 들먹이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란 사법부는 지난달 31일 테헤란 내 시위 참가자 1천여 명, 테헤란 외에서 1천여 명 등 모두 2천 명 이상에 대해 공개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지금까지 50개 이상의 대학에서 시위가 열렸고, 최소 2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시위 진압 과정이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이란 정부에 대한 서방의 압박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U는 앞서 시위를 탄압한 정부 기관 4곳과 지도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 대장 등 11명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했으며, 미국 또한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 관계자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우수경 기자 (s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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